서울고법이 3일 김태정(金泰政) 전 법무장관에게 무죄를 선고함으로써 엄청난 파장을 몰고왔던 '옷로비' 사건은 엄청난 정치·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지 3년만에 결국 '실체는 없다'는 허망한 법률적 결말로 막을 내리게 됐다.옷로비 사건은 크게 보아 최순영(崔淳永) 전 신동아그룹 회장 부인 이형자(李馨子)씨가 김 전 장관의 부인 연정희(延貞姬)씨에게 고가의 옷을 선물하며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과, 김 전 장관이 박주선(朴柱宣)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에게 이 사건에 대한 내사결과 보고서를 받아 이를 신동아그룹측에 보여주었다는 두 가지 줄기로 이뤄져 있다.
그러나 사건의 본안이랄 수 있는 로비 부분에 대해 대법원은 올해 7월 역시 '실패한 로비 내지는 포기한 로비'로 규정, 무죄를 선고했고 문서를 유출한 박 전 비서관도 최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다만 지엽적 사안인 일부 관련자들의 국회위증 건만 유죄가 인정됐을 뿐이다.
이날 김 전 장관의 공무상기밀 누출 혐의와 관련, 검찰은 "김 전장관이 박 비서관과 공모해 기밀을 누설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공모'와 '직무 관련성' 부분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청와대 법무비서관이 검찰총장의 지휘라인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김 전 장관은 피내사자(연정희씨)의 남편으로서 결과를 통보받은 것"이라고 판단을 내렸다.
법원은 또 김 전 장관이 내사 보고서 중 필요없다고 생각한 부분을 삭제, 또는 축소 복사한 부분도 "위조할 의도가 있는 것으로는 보여지지 않는다"고 결론 지었다.
이날 판결에 대해 검찰은 일단 "의외의 결과"라는 반응을 보였으나 상고 여부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김각영(金珏泳) 검찰총장은 "법원과의 견해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담담해 했다.
그러나 한 법조계 관계자는 "현정부 들어 검찰 추락의 기폭제가 됐을 만큼 파장이 컸던 옷로비 사건이 결국 아무런 실체가 없었던 것으로 결론 지워진 데 대해 허탈함을 넘어 자조감마저 든다"고 토로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 무죄선고 김태정씨 문답
김태정(사진) 전 장관은 무죄선고 뒤 "딱 3년 전 오늘 구속된 뒤 긴 터널을 거쳐온 느낌"이라며 "재판부에 감사한다"고 눈물을 흘렸다.
―무죄 판결을 기대했나.
"무죄를 의심해 본 적은 한번도 없다. 그동안 '과연 정의가 있는가'를 끊임없이 회의했지만 오늘 판결은 그런 의심을 불식시켜 주었다."
―1심 판결에 불만이 많았다는 얘기인데.
"판결을 주관적으로 판단하지 않겠다. 다만 1심에서도 '옷로비'는 실체없는 사건으로 인정됐다."
―판사가 '여론에 떠밀린 사건'이라고 했는데.
"할 말이 많지만 하지 않겠다.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검찰총장 시절 애정을 쏟았던 '자녀 안심하고 학교보내기' 운동을 추진하는 재단에 열심히 참여하겠다. 운영 중인 민간법률구조재단 로씨닷컴(www.lawsee.com)을 통해 법의 정의를 사회에 구현하는 일을 하겠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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