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나기 위해 몽골 일대에서 수천㎞를 날아온 독수리들이 올해도 폐사하면서 '독수리 보호'에 비상이 걸렸다.지난달 20일 경기 파주시 군내면 대성동 마을 인근에서 독수리 6마리가 죽은 채 발견됐고, 지난달 28일에도 비슷한 장소에서 독수리 5마리가 죽고 8마리가 탈진하는 등 지난달 중순부터 민통선 일대에서 독수리가 30마리 정도 폐사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전체 사고를 당했던 24마리를 훨씬 웃돌고 있는 것.
■하루 최소 닭한마리 분량 먹어야
천연기념물 243호로 지정된 이들 독수리는 몽골 지역에서 11월말께부터 수백마리씩 민통선 일대로 날아와 이듬해 3월 중순 다시 북쪽으로 돌아가는 겨울철새들. 이들이 우리나라에 찾아와 매년 폐사되는 가장 큰 이유는 먹잇감을 찾지 못하기 때문.
독수리의 가장 큰 특징은 살아있는 먹이를 사냥하는 것이 아니라 동물이나 새의 사체를 먹는다는 점이다. 날개길이 70∼90cm, 꼬리길이 35∼41cm에 이르는 이 독수리들이 하루에 먹는 먹이량이 닭 한마리 분량. 이런 대형 조류가 수백마리씩 한꺼번에 찾아들면서 먹이감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인 것. 이 때문에 한국조류보호협회는 독수리 폐사를 막기 위해 매년 민통선 일대에 닭, 돼지 등의 사체를 뿌려 독수리를 보호해왔고, 마을 주민들도 민가까지 날아드는 독수리를 위해 먹잇감을 주고 있다.
■미처 먹이 준비 못해 떼죽음
특히 올해 들어 유독 사고가 잇따른 이유는 예상보다 일찍 독수리들이 남하하면서 미처 먹이 준비를 못했기 때문인 측면이 크다. 한국조류보호협회의 남궁대식(南宮大植) 밀렵감시단장은 "예년에는 11월말께부터 독수리들이 찾아들었는데 올해는 보름정도 일찍 내려와 미처 먹이 준비를 못해둔 사이 독수리들이 떼죽음을 당했다"며 안타까워했다.
한국조류보호협회는 1일 파주, 양구, 고성, 인제, 화천 등 5개 지역에 모두 닭 1,000마리를 뿌려 독수리 살리기에 나섰고, 독수리들이 겨울을 나는 동안 지속적으로 먹이를 공급할 계획이다.
■독극물 중독도 심각한 상황
독수리들이 독극물로 폐사된 오리나 가축을 뜯어먹고 죽는 '2∼3차 감염'도 심각한 수준. 지난달 20일 파주시에서 폐사된 6마리중 2마리가 독극물 중독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2000년에도 파주 일대에서 독극물 중독으로 독수리 30여마리가 떼죽음 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한국조류보호협회 김성만(金成萬) 회장은 "밀렵꾼들이 뿌린 독극물을 먹고 죽은 오리나 기러기 등을 뜯어먹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회장은 이어 "독극물 사용금지, 밀렵 단속 등의 조치가 강화되지 않으면 독수리들이 언제 또다시 떼죽음 당할지 알 수 없다"며 당국의 단속 강화를 촉구했다.
/송용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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