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을 탈당한 이인제 의원이 3일 자민련에 입당했다. 거취는 자신의 자유지만, 그의 선택이 지역적 기반에 기초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그는 김종필 총재(JP)의 수렴청정 아래 자민련의 간판을 맡고, 이번 대선의 승부처 중 하나가 된 충청권 표심을 노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진영과 정치적 흥정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그와 JP의 선택이 충청권의 선택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지 알 길 없으나, 청산돼야 할 지역감정을 또다시 대선시장에 세일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받아 마땅하다.
우리는 이 의원이 1997년 당시 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 불복으로 민주주의 주요 원칙 중 하나인 결과에 승복을 거부하고, 또다시 민주당 국민경선 결과를 부인하고 나선 행태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그는 두 차례의 경선 불복으로 민주정치의 판을 흐리더니 궁극에는 지역감정에 기대는 구태를 되풀이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젊은 정치인인 그의 퇴영적 정치행태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이 의원은 민주당 탈당이유로 노무현 후보의 이념적 성향이 급진적이라는 점을 들었다. 이 같은 탈당의 변(辯)은 보수 원조를 표방하는 자민련의 합류로 이어지면서 이회창 후보 지지로 무리없이 연결되는 것 같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정치적 수사(修辭)다. 그는 2000년 16대 총선에서 민주당 선거대책 본부장을 맡아 JP를 '지는 해'에 비유하면서 구태정치를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충청권의 헤게모니를 노린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었음은 물론이다.
그의 정치적 변신은 그가 '지는 해'라고 했던 JP의 품안에서 지역을 팔아 잔명(殘命)을 도모하겠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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