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휴대폰, 액정표시장치(LCD), 개인휴대단말기(PDA) 등 차세대 핵심사업 분야에서 고급 두뇌의 해외유출이 위험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특히 불법으로 유출된 대다수 기술들이 공공연히 중국내 미래 경쟁 업체들로 흘러 들어가고 있어 국내 산업은 물론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치명상을 안겨줄 것이란 우려가 높다.■고급두뇌 중국행 엑소더스
국내 최첨단 고급 기술과 인력의 중국행이 가속화하고 있다. 3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생존 자체가 불투명한 하이닉스 반도체의 핵심 기술 인력들이 대거 중국, 대만 등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올들어만도 하이닉스 소속 핵심 기술 인력중 30∼50명이 중국과 대만 등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대부분 경력 10년 이상의 베테랑들로 차세대 기술개발을 담당한 'A급 인력'도 일부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져 충격을 주고 있다.
더구나 하이닉스가 최근 자회사인 하이디스를 중국 동방전자(BOE)에 매각하면서 LCD분야의 핵심기술이 통째로 중국측에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 국내 경쟁 기업들을 잔뜩 긴장시키고 있다.
특히 중국측이 휴대폰 서비스를 기존 유럽형(GSM)방식과 함께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방식도 도입하면서 국내 휴대폰 분야의 첨단 기술이 속속 중국으로 유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올 9월에는 국내 벤처기업이 S전자의 휴대폰 기종인 SGH-800 관련 핵심기술 14건을 빼내 중국에 거액의 로열티를 받고 넘긴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줬다. 또한 S전자의 PDA 주요 기술도 중국으로 불법 유출된 것으로 드러나 관련업계에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국내 기업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국내 관련 기업들은 인력관리 강화, 보안시스템 강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으나 고급 기술의 유출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삼성전자는 개발직군의 모든 인력들에게 일정기간 동종업계 재취업 금지 등의 서약서를 받고 이중삼중의 보안검색 등 기술유출 방지 대책을 마련해 놓고 있다. LG전자도 홍채 인식시스템을 채용해 연구시설을 보안하고 모든 문서에 등급을 매겨 접근 권한을 제한하는 등 관리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는 "서약서의 법적효력에 대해 아직 검증된 바 없고 기술 인력의 두뇌에 담긴 첨단기술의 유출을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
■범 정부적 대책마련 시급
국내 고급기술의 중국 유출이 심화하자 범 정부차원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정보통신부는 3일 올 한해 정통부 추진업무를 자체 평가한 '2002년도 종합심사 평가 보고서'에서 "급성장하는 중국의 기술 수요가 방대하고, 고급기술 확보 노력이 치열해 우리나라의 두뇌와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고 경고했다. 정통부가 국내 고급 IT 기술의 중국 유출 가능성을 공식 경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통부는 "기술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관련 정보수집은 물론 적절한 분석과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희정기자 hjpark@hk.co.kr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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