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신용회복지원제도(개인워크아웃)의 자격제한이 전면 해제됨에 따라 그동안 복잡한 기준과 조건 때문에 신청서조차 내지 못했던 다수의 신용불량자들이 대거 워크아웃 신청행렬에 가세할 전망이다. 하지만 금융계 에선 이번 조치가 정부와 여당이 대선을 보름여 앞둔 시점에서 졸속으로 내놓은 '선심성' 대책으로, 오히려 채무자들의 도덕적 해이 현상만 부추길 것이란 비난이 일고 있다.■신청단계 전면폐지, 85만명 추가 혜택
민주당과 신용회복지원위원회가 3일 내놓은 '개인신용회복지원제도 활성화 방안'의 핵심 요지는 4단계로 구분돼 있는 신청절차를 모두 없애겠다는 것. 위원회는 최근 개인워크아웃 개선대책을 통해 신청대상을 1년 이상 신용불량자로 5개 이상 금융기관에 2,000만원 이하의 채무를 진 사람(1단계) 3개 금융기관의 채무가 5,000만원 이하인 신용불량자(2단계) 2개 금융기관의 채무가 1억원 이하인 신용불량자(3단계) 2개 금융기관의 채무가 3억원 이하인 신용불량자(4단계)로 나누어 1, 2단계 대상자에게 신청기회를 주기로 했다. 그러나 11월부터 접수를 받은 결과 까다로운 조건으로 인해 신청자가 94명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이번 조치는 조건을 대폭 완화, 워크아웃의 문을 활짝 연 셈이다.
위원회 관계자는 "2단계 신청 상황 등을 봐가며 '필요한 경우' 이달 안에 단계별 제한을 전면 해제할 계획"이라며 "이 경우 약 85만명이 추가로 혜택을 입게 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신청자 부담경감
신청단계가 완전 폐지된 것뿐 아니라 워크아웃 신청 때 반드시 제출해야 했던 부채관련 서류에 대한 조건도 크게 완화됐다. 위원회는 워크아웃 대상자의 대다수가 생업에 쫓기는 일용직 근로자라는 점을 감안, 일일이 금융기관을 방문해 부채내역서를 떼지 않고 본인이 부채현황을 직접 써내더라도 신청서류로 인정해주기로 했다.
금융기관에 대해서도 개인워크아웃 채권의 자산건전성 분류 기준을 '고정이하'에서 '요주의' 등급으로 완화했다. 이에 따라 금융기관이 쌓아야 하는 충당금 비율도 55%(회수의문)와 20%(고정)에서 5%(요주의)로 크게 줄어들게 됐다.
■금융기관 부담 완화 및 도덕적해이 우려
하지만 금융계에선 '농어촌 부채탕감' 식의 선심성 신용구제는 채무자들 사이에 도덕적해이를 부추길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모든 신용불량자에게 한꺼번에 워크아웃 기회를 준다면 갚을 능력이 있는 채무자들도 상환의지가 급격히 떨어질 우려가크다"며 "신용질서가 붕괴될 수도 있는 만큼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