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하는 전통문화 재현사업이 졸속으로 진행된다는 지적이 나왔다.3일 오후 2시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이사장 서정배) 주최로 서울 중구 필동 한국의집에서 열리는 '문화유산의 가치인식과 활용'이란 학술대회에서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제점을 제기할 계획이다.
심승구 한국체대 교수(한국사)는 '조선시대 국가의례의 재현과 활용방안'이라는 글에서 국왕즉위 의례, 수문장 교대의식 등 조선시대 궁중의례 재현사업의 문제점을 비판한다. 궁중의례 재현사업은 1995년 이후 문화재청과 문화재보호재단, 지자체 등 주관으로 23건이나 진행해 왔으나 지금까지 발간된 고증연구총서는 3권에 불과하다. 심 교수는 "고증연구서가 발간되지 않았다는 것은 재현보다는 소모적인 일회성 행사로 재현행사가 치러졌다는 의미"라며 "재현사업을 체계적으로 담당할 전문기구를 설치하고 전문인력을 양성해서 장기적인 운영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현재의 궁중문화 재현행사는 관광이나 축제적 차원에서 접근하다보니 왕 복장과 의물 몇 개만 들고 국왕행차를 재현한다"며 졸속재현은 궁중문화를 저급한 문화로 인식시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유봉학 한신대 교수(국사학)는 수원 화성을 예로 들어 연구는 도외시한 채 진행되는 문화재 보존과 시책을 꼬집는다. 유 교수는 "수원 화성은 조선 후기 신도시로서 특성이 중요하므로 같은 시기에 축조된, 근대 농업진흥의 꿈이 담긴 축만제저수지, 만석거저수지 등 도시기반시설과 생산기반시설이 함께 조명을 받아야 하는데 외형에 치중한 정책에 따라 세계문화유산으로도 울타리 성곽만 지정됐다"고 지적한다.
그는 "화성의 공사과정과 행사 내용이 그림과 문헌자료로 완벽히 남아있는 만큼 체계적인 연구로 정조시대의 문화정신을 올바로 계승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