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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다시본다](8) 제2부 ③ 4세대 지도부의 아킬레스건, 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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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다시본다](8) 제2부 ③ 4세대 지도부의 아킬레스건, 대만

입력
2002.1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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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대만관계(양안관계)는 중국의 대내외 관계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으로 꼽힌다. 대내적으로는 대만이 독립을 선포할 경우 사회주의를 대체하는 이념으로 민족주의를 강조해 온 중국 지도부에 큰 상처를 입힐 수 있다. 대외적으로 양안관계의 악화는 대만에 대한 비공식적 안전보장을 해 온 미국의 개입을 부를 가능성이 있다. 지금까지 중국 지도부를 괴롭혀 온 양안관계는 앞으로 후진타오(胡錦濤) 총서기 중심의 4세대에도 계속 민감한 문제로 남을 전망이다. 양안관계가 해결되기 어려운 것은 주권에 대한 양측의 입장 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중국은 대만을 중국의 일부분인 하나의 성(省·대만성)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대만은 중화민국(대만)과 중화인민공화국(중국)이 별개의 주권을 가진 정치적 실체라고 주장한다.■중국의 '일국양제' 통일 방안

1949년 장제스(蔣介石) 전 총통이 국공 내전에서 패해 대만으로 이주한 이후 형성된 양안관계는 반세기 이상 경과하면서 성격이 크게 변했다. 장제스와 아들 장징궈(蔣經國) 전 총통 시절까지 대만은 중국과 대만이 '하나의 중국'에 속한다는 전제 하에서 중국과 국제적 대표성을 놓고 경쟁했다.

하지만 대만 태생인 리덩후이(李登輝) 전 총통과 천수이볜(陳水扁) 현 총통이 집권하면서 대만은 중국으로부터의 분리독립 경향을 노골화하기 시작했다. 이같은 변화에 대해 중국은 대만이 독립을 선언하거나 독립지향적 움직임을 보일 경우 무력 침공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중국의 대만 통일정책은 '일국양제(一國兩制·1국가 2체제)'로 집약된다. 일국양제 통일방안은 84년 중국 최고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이 제기하고 95년 1월 장쩌민(江澤民) 주석이 재확인했다. 이것은 중국과 대만이 '하나의 중국'이라는 점을 전제하고, 통일될 경우 대만에 고도의 자치권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지금까지 대만에 대해 홍콩이 누리지 못하는 군사, 외교권 등을 부여함으로써 독립국 수준의 자치를 보장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하지만 '하나의 중국'에 대한 쌍방의 인식 차는 통일협상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에 대해 "중국정부가 전체 중국을 대표하는 유일한 합법정부이며, 대만은 중국의 일부분"이라고 규정한다.

■대만의 대만화' 추세 강화

대만의 기본정책은 90년대 초반을 전후해 크게 달라졌다. 국민당 보수파가 집권했던 49년부터 91년까지 대만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입각해 대만이 중국을 대표하는 유일한 합법정부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李 전 총통의 국민당 내 권력이 강화되면서 독립지향적인 '대만의 대만화' 노선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90년대 초반 이후 대만이 각종 국제조직과 유엔 가입 시도 등 외교공간 확대를 추진한 것은 이와 연장선상에 있다. 이러한 외교노력은 국제무대에서 대만의 생존공간을 압박하려는 중국의 고립화 정책에 대한 대응책이었다.

李 전 총통은 99년 7월 기존의 주장을 진일보시켜 양안관계를 '특수한 국가 대 국가관계'라고 주장해 중국을 분노시켰다. 중국은 이 주장을 중국과 대만의 분리를 획책하는, 이른바 양국론(兩國論)이라고 비난했다. 대만독립을 강령으로 해 온 민진당의 陳 총통이 2000년 3월 집권하면서 대만의 독자노선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陳 총통은 올해 8월 "대만해협 양쪽에는 각각 별개의 국가가 있다"는 일변일국(一邊一國)론과 함께 중국과 대만 간의 대등 주권론을 제시했다.

■미국의 태도가 주요 변수

양안관계가 지속적인 긴장을 유지하는 것은 대만 내부의 정치과정과 국제적 역학관계의 영향을 동시에 받기 때문이다. 경제발전에 따른 중산층 확대와 민주화로 인해 대만의 양안관계 정책은 선거와 여론의 지배를 받는 경향이 강해졌다. 다수 대만인은 중국과의 통일보다는 현상유지를 선호할 뿐 아니라 대만의 국제적 지위 향상을 희망하고 있다. 정치권은 이러한 여론을 무시할 수 없다. 양안관계는 또 국제적 요소, 특히 미국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미국은 79년 대만과의 국교단절(중국과의 수교) 당시 의회가 결의한 '대만 관계법'에 따라 대만에 비공식적인 안전보장 의무를 지고 있다. 대만 관계법은 미국이 양안관계의 평화적인 해결에 중대한 이해관계를 갖는다고 명시했다. 미국은 대만 관계법을 구실로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계속해 왔다.

중국 지도자들은 이러한 미·대만 관계를 약화시키기 위해 상당한 외교노력을 기울여 왔다. 중국측은 지금까지 미·중 정상회담 때마다 대만독립에 대한 미국의 반대 입장을 천명하도록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올해 10월 미국 텍사스주 크로포드 목장에서 진행된 江 주석과 조지 W 부시 대통령간 정상회담에서도 이 주제는 빠지지 않았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은 집권 초반 대중 강경입장을 표명하며 대만에 대한 대규모 무기판매를 승인한 적이 있다. 대만문제에 대한 미국의 말과 행동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경제관계는 지속적 발전

정치관계의 냉각에도 불구하고 양안 간 경제관계는 78년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왔다. 2001년 11월부터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대만의 최대 수출시장으로 부상했다.

올들어 8월까지 양안 교역액은 218억 5,000만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2% 성장했다. 이중 대만의 무역흑자는 120억 6,000만 달러에 달했다. 대만의 대외투자 역시 중국이 수위를 차지하고 있다. 올 8월까지 대만의 대중국 투자 누적액은 적게 잡아 229억 달러로 대만 해외투자 총액의 약 40%를 차지했다. 민간교류도 활발하다. 대만이 87년 대륙 친지방문을 개방한 이래 지금까지 중국을 방문한 대만인은 연인원 2,593만 명, 대만을 방문한 중국인은 80만 명을 넘어섰다.

이러한 경제 및 비공식 교류의 확대에 따라 중국측이 주장하는 3통(통상·통항·통우)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선박과 민항기, 우편물의 직교류를 의미하는 3통이 실현될 경우 실질적 이익은 대만측이 훨씬 크다. 홍콩을 비롯한 제3지역을 경유하는 간접교류로 인해 생기는 부가적 물류비용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3통이 이뤄질 경우 양안 경제관계를 강화하고 중국에 대한 대만의 경제 의존도를 높임으로써 대만 독립 저지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대만은 3통의 불가피성을 인식하면서도 안보적 고려와 교류의 성격을 따지고 있다. 직교류를 할 경우 내국간 교류인지, 국가간 교류인지 성격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만은 민간의 3통 요구에 밀려 2001년부터 중국 남부 푸젠(福建)성에 인접한 진먼다오(金門島)와 마주다오(馬祖島)를 우선 개방하는 소3통(小三通)을 실시했다.

양안관계는 경제 등 민간교류의 확대가 긴장완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이론에 부합되지 않는다. 한반도와 함께 동북아의 잠재적 화약고이자 분단지역으로 남아 있는 양안관계는 중국의 권력 세대교체에도 불구하고 급속한 해동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조 동 제(趙東濟) 아주대 국제학부 연구교수

■차이나 핸드북 / 美 "전략적 모호성" 中·대만 모두 견제

미국의 양안관계 전략은 흔히 '전략적 모호성(strategic ambiguity)'으로 불린다. 중국과 대만 간에 전쟁이 발발할 경우 미국이 대만을 지원할지 여부를 모호하게 유지함으로써 양측을 모두 견제하는 전략을 말한다.

전략적 모호성은 우선 대만으로 하여금 미국의 지원을 전제한 독립선포를 자제하게 한다. 반면 중국에 대해서는 미국의 개입 가능성을 남겨둠으로써 섣부른 개전을 막는 억지기능을 한다. 전략적 모호성에는 양안관계의 현상유지를 바라는 미국의 의중이 담겨있다.

전략적 모호성은 약자인 대만의 조바심을 초래해 끊임없이 미국의 안전보장 의지를 확인하고 싶은 욕구를 불러 일으킨다. 대만이 계속 미제무기를 구입하는 것은 전력증강보다는 오히려 무기판매를 미국의 대만 안전보장 의지로 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대만의 미제무기 수입 조건이 상당히 불리한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대만이 1992년 구입한 F-16A 전투기 150대는 한국 등이 구입한 개량형 F-16D에 비해 값이 오히려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학자연맹(FAS)에 따르면 대만은 90∼2001년 미국으로부터 111억 431만 달러에 이르는 무기를 구입해 세계 3대 미제무기 수입국이 됐다. 미국이 양안 대립과 전략적 모호성을 이용해 무기판매로 재미를 보는 셈이다.

하지만 미국의 대 대만 무기판매는 역작용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중국의 무력 증강이다. 중국은 대만의 전력 증강을 자체 군사 현대화와 러시아로부터의 첨단무기 수입을 정당화하기 위한 구실로 이용한다.

/배연해기자 seapow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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