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가계대출 억제조치로 요즘 은행권에서 주택담보 대출을 받기가 까다로워졌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주요 은행이 집값의 대부분을 담보가치로 인정해줬으나 요즘엔 당국의 가이드라인인 60%는 기본이고 50% 이하로 대출한도를 낮춘 곳도 많다. 담보 설정비를 부활한 은행이 있는가 하면 고객의 신용도에 따라 가산금리를 물리는 은행도 생겼다. 따라서 같은 지역의 같은 평수의 아파트라도 이젠 은행별로 대출조건이 천차만별이다.2일 본지가 주요 시중은행의 아파트 담보대출 조건을 비교한 결과, 시가 3억원대의 서울지역 아파트를 담보로 돈을 빌릴 경우 대출한도가 은행별로 크게는 3,000만원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도가 양호한 직장인이 서울 양천구 신정동 목동아파트 8단지 27평형 아파트를 담보로 3년짜리 대출을 받는다고 가정할 때 한미은행은 1억7,600만원까지 대출을 해주고 있는 반면, 조흥은행은 개인 신용등급에 따라 최저 1억2,900만원을 빌려주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1억5,300만원)·신한은행(1억5,800만원) 등도 다른 은행들에 비해 대출한도를 보수적으로 적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2억∼3억원짜리 아파트에 대해서도 임차보증금을 필수적으로 대출한도에서 공제하는 조치가 시행된 이후 주요은행의 대출한도가 종전보다 크게 줄어든 상태다. 예컨대 방이 한 개인 경우 한 개의 임차보증금에 해당하는 1,600만원을, 방이 두개 이상인 경우 방 개수 절반 만큼의 임차보증금을 빼고 돈을 빌려주기 때문에 담보비율 제한(60%)만 생각하고 돈을 빌리려는 사람은 목표치를 좀더 하향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금리의 경우 대부분 은행이 3개월짜리 양도성 예금(CD)을 기준으로 하고 있지만 은행별로 많게는 0.3∼0.4% 포인트가량 차이가 났다. 특히 근저당 설정비를 부활한 은행과 면제해주는 은행 간에는 연금리가 최고 1% 포인트 이상 편차가 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12월 현재 국민·우리·신한·제일·한미·외환 등이 담보가액의 0.7∼1%에 해당하는 설정비를 물리고 있는 반면 하나와 조흥은행은 3년 이상 주택담보 대출에 대해서는 담보설정비를 여전히 면제해주고 있다.
한편 부채비율이 250%(대출총액이 연간소득의 2.5배)를 넘는 고객에 대해 가산금리를 물리는 은행도 속속 늘고 있다. 예컨대 연소득이 3,000만원인 근로자가 집을 담보로 7,600만원을 빌린다면 소득에 비해 부채가 너무 많은 만큼 신용도가 떨어진다고 보고 높은 금리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은행은 0.25%포인트, 기업은행은 1% 포인트의 금리를 더 물리겠다고 발표했고 우리·조흥·제일은행 등도 조만간 250% 대출자에 대한 가산금리를 도입할 예정이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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