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첫 실시되는 TV합동토론회는 대선의 초반 판세를 가르는 최대 갈림길인데다 토론분야도 정치·외교·통일인 만큼 각 당간 치열한 공방전이 예상된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두 후보도 이 같은 중요성을 감안, 2일 특별한 유세 일정을 잡지 않고 밤늦게까지 상대 후보 대역까지 갖춘 리허설을 하는 등 토론 준비에 몰두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權永吉) 후보도 리허설을 하며 대비했다.토론에서는 우선 최근 불거진 국정원 도청 의혹을 둘러싼 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이 문제를 토론회에서 더 부각시키고 현 정부의 권력형 비리 의혹도 함께 제기해 민주당을 압박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그러나 도청 의혹을 '구태의연한 공작정치'로 규정하는 동시에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하며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식으로 돌파한다는 전략이다.
정치개혁 문제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낡은정치 청산'과 '세대교체론'으로 노 후보의 차별성을 강조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정권교체론'으로 맞설 것으로 보인다.
대북문제와 관련해서도 논쟁이 불가피하다. 한나라당은 "북한에 퍼 줬더니만 핵으로 돌아오지 않았느냐"는 논리로 몰아붙이고 민주당은 이에 대해 노 후보의 대북관을 균형감 있는 정책으로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토론진행방식
이번 TV합동토론은 크게 3가지 유형으로 진행된다. 세 후보에게 모두발언 각각 1분씩이 주어진 뒤 사회자가 준비된 질문을 던지는 A형 토론이 시작된다. 각 후보에게 2개를 질문하며, 각 후보가 답변하면 다른 후보들이 반론을 제기하고 해당 후보에게 재반론의 기회도 준다. 사회자 질문은 각계 의견을 수렴해 문제은행 형태로 준비가 됐고 토론 당일 현장에서 발표한다.
다음은 후보자 3자토론 형식인 A―A형. 한 후보가 다른 두 후보에게 공통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들은 뒤 질문을 한 후보가 또 추가질문을 하고, 다른 두 후보가 재반론하는 방식이다. 후보 당 2개 질문을 타 후보들에게 한다.
이번에 처음 도입되는 1대1토론의 A―B형은 한 후보가 특정후보를 지목해 질문하는 것으로 3개 팀의 리그경기처럼 서로 공방을 주고받는 방식이다. 역시 후보 당 2개 질문을 할 수 있다. 이어 세 후보가 맺음말을 2분씩 한 뒤 토론회가 끝난다. 질문시간 1분, 답변시간은 1분30초로 제한되며 반론과 재반론도 모두 1분 이내에 해야 한다. 시간 제한 10초 전에 노란불이 켜지고 시간이 끝나면 빨간불이 들어온 뒤 10초가 더 지나면 마이크가 꺼진다.
토론장에는 모두발언 맺음말 등의 연설 원고, 정책집 등 일체의 토론 참고자료나 메모지를 갖고 들어갈 수 없으며, 주최측에서 메모지와 필기도구를 후보들에게 마련해 준다.
■TV토론 영향
여론조사 기관들은 15대 대선 등 경험적 통계에 비춰볼 때 TV토론이 후보지지율 변화에 미치는 영향은 1∼2%포인트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디어리서치는 97년 대선에서 TV토론의 영향력을 최대 갻3%포인트로 평가했고 리서치 앤드 리서치는 1%포인트 안팎이라고 봤다. TN소프레스는 한 후보가 토론서 완패했을 경우 최대 3∼5%포인트 정도라고 밝혔다.
TN소프레스 김헌태(金憲泰) 이사는 "고정지지층을 결집하고 부동층을 일부 끌어들이는 누적적 효과는 있지만 실제 이동층은 1%포인트도 안 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국민통합21 정몽준 대표간 후보단일화 TV토론의 영향력도 1% 안팎으로 판세에 결정적 역할을 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디어리서치 김지연(金知演) 차장은 "국정원 도청논란 및 한미행정협정 개정문제 등 핫이슈를 놓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거나 충격발언이 나올 경우 파괴력은 커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 사회맡은 염재호교수
16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TV 합동토론 사회를 맡는 염재호(廉載鎬·47·사진)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2일 "국민의 눈과 귀가 쏠리는 자리에 서게 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선거법에 따른 법정 토론인 만큼 철저하게 공정성을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염 교수는 "TV 토론은 국민의 정치학습 과정"이라며 "인신공격이나 네거티브 전략보다는 국민이 궁금해 하는 이야기를 가능한 한 많이 이끌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밝혀 후보간 정책 차별화에 주력할 뜻을 시사했다. 염 교수는 "방송에는 문외한이지만 토론의 흐름을 끊지 않고 자연스럽게 진행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사회비평 편집위원과 전경련 자문위원 등을 지낸 염 교수는 대선방송토론위원회가 추천한 후보 50명 가운데 들었고 어느 정당에서도 기피 의견을 내지 않아 중책을 맡게 됐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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