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총장 정길생·鄭吉生)가 21세기를 맞아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고 있다. 1986년 건국대사태와 '건국우유'를 연상시키던 건국대가 정보통신시대를 선도하는 '첨단 과학기술의 요람'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해방 직후인 1946년 조선정치학관에서 출발한 건국대는 현재 서울과 충주 등 두 캠퍼스에 모두 19개 단과대를 두고 약 2만여명의 학생이 재학하는 거대학원으로 변모했다.건국대는 이 같은 양적 성장과 더불어 정보기술(IT), 바이오기술(BT), 나노기술(NT), 항공우주기술(ST), 환경기술(ET), 문화기술(CT) 등 6T인재를 집중양성하기로 했다. 6T는 정부가 미래 유망 신기술로 꼽은 분야들이기도 하다. 이미 90년대부터 디지털(Digital), DNA, 디자인(Design) 등 '3D 테크놀로지' 개념을 도입했던 건국대는 이번에 이를 한층 다양화한 목표를 설정했다.
건국대가 특히 경쟁력을 인정받는 분야는 생명공학. 건국대의 뿌리나 다름없는 농·축산학을 주축으로 유전공학, 미생물공학, 의학, 수의과학, 응용생물학, 의공학을 아우르는 산·학·연 협력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바이러스 정복의 길을 연 강칠용 캐나다웨스턴온타리오 의대 교수를 비롯해 세계적 학자를 배출하는 등 저력을 인정받고 있는 축산대는 이제 1차산업적인 이미지보다 첨단 생명공학의 첨병으로 재평가받고 있다. 때문에 투자도 생명공학 분야에 집중되고 있다. 수의과대 및 부속동물병원, 건국대병원, 생명과학관 등 새로 들어서는 시설들이 모두 생명공학 연구 시설들이다.
정보통신, 디자인 분야도 전공을 세분화하고 별도의 대학 및 대학원을 두는 등 특성화하고 있다. 정보통신분야는 인터넷, 멀티미디어, 컴퓨터시스템, 소프트웨어, 전자공학, 정보통신공학 등으로 전공을 분화, 심층적 연구를 통해 전문 인력을 길러내고 있다. 건축, 의상디자인, 텍스타일 등으로 구성된 디자인대학은 외국유학생들이 한국의 패션마케팅을 공부하기 위해 단기연수를 올 정도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건국대는 이와함께 '인재'의 필요성에 주목하고 있다. 9월 취임한 정 총장은 "우수인재의 확보야 말로 학교의 위상을 다지는데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건국대의 국제교류 및 취업지원 등 인재양성 프로그램은 '양보다는 질'에서 우수하기로 정평이 나있다. 미국 일리노이대, 캘리포니아주립대, 미시시피대, 대만문화대학, 중국 베이징연합대학 등과 교류협정을 맺고, 이들 대학에 등록금 전액을 지원하는 대규모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련해 매학기 100여명에게 해외연수를 할 기회를 주고있다. 2004년까지 대상 학생을 300명으로 늘릴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집중 취업 교육을 실시하는 건국엘리트프로그램은 수료생 90% 이상이 취업하는 성과를 거둬 경쟁률이 3∼4대 1에 이를 정도로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취업종합전산망에 취업대상자들의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해 관리하고, 각 직종별로 사회에 진출한 출신 선배들과 취업준비생을 연결시켜주는 사이버잡 어드바이저도 취업준비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다.
전통을 첨단으로 변모시키는 새로운 도전정신을 발판삼아 건국대는 이제 세계 초일류대학으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 정경수 입학처장
건국대의 입시설명회는 독특하다. 입시요강을 늘어놓는 설명회 대신 수능시험이 끝난 고3 수험생을 건국대로 초청, 캠퍼스 문화를 체험할 기회를 주는 형태로 진행한다.
"록그룹 옥슨의 연주에 열광하고, 1만5,000평에 이르는 일감호 등 호수와 평지, 동산이 어우러진 캠퍼스를 거닐다보면 자연스럽게 건국대의 새로운 모습에 눈을 뜨게 된다"고 건국대 입학처장 정경수(鄭敬壽·경상학부·사진) 교수는 설명했다. 정 처장은 "학부모들과 수험생들을 만나보면 아직도 농축산대의 명성때문인지 정체된 이미지가 강하다"고 인정한 뒤 "건국대의 참모습은 첨단 연구의 산실이자 젊음과 낭만이 살아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또한 건국대 주변이 마치 신촌처럼 신세대들이 몰려드는 젊음의 공간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이번 정시모집에서 건국대는 '전공자유선택' 제도를 처음으로 도입했다. 인문계, 자연계만 구분한 채 학부도 선택하지 않고 입학한 후 2학년 진학때 전공을 선택하는 획기적인 제도로서 성적 때문에 원치 않는 전공을 택하거나 혹은 고교때 배운 지식만으로 전공을 잘못 이해하고 나중에 후회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은 현실을 고려한 시도이다. 정 처장은 "1년간 다양한 교양 강좌를 이수하면서 적성을 진지하게 모색함으로써 보다 확신을 갖고 전공과 진로를 선택할 수 있다"며 "학생은 전공 선택의 자유를 갖고, 학교는 우수한 인재를 확보할 수 있어서 학생과 학교에 모두 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처장은 "황선홍 유상철 이영표 등 월드컵대표팀의 주축선수들이 건국대출신임이 알려져 성가를 높였다"고 말하고 "하지만 이들처럼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은 경우라도 건국대 출신들은 사회에서 성실하고 신뢰할만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자평했다.
/문향란기자
■"미니대학"이 참지성인 키우죠
건국대에는 교수와 학생이 모두 만족하는 특별한 미니 대학이 있다. 2000년부터 시작돼 3년째 이어지고 있는 '대학 속의 대학'으로 한가지 테마를 정해 다양한 전공학문으로 풀어보는 비공식 무학점 열린 강좌가 바로 그것이다. 교수와 학생이 함께 발제하고 토론하는 방식이다. 한 주제에 대해 여러 전공자의 의견을 듣고 토론하면서 전공에 얽매이지 않고 복합적으로 사고하는 지성인을 길러내는 것이 강좌의 목표다.
2002년 2학기 '대학 속의 대학'의 강의 키워드는 '대학 너 MONEY?'로, 대학의 현 주소와 대학 문화운동의 현장을 다양한 학문적 관점에서 풀어나가고 있다. 언어에 나타나는 성차별을 다룬 제 8강좌 '우린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건다'(11월28일)를 전후로 한 27∼29일에는 학생들이 스스로 여성문화제를 열기도 했다.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가 특색인 '대학속의 대학'의 특징이 잘 나타나는 대목이다.
1992년 출발한 젊은 교수들의 독서모임 주활회(周豁會)가 '대학속의 대학'의 모태.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공학 등 다양한 학문을 전공한 학자들이 모여 만든 대안 강의이다. 최배근(경제학) 김동윤(불문학) 장영백(중문학) 김진석(수의학) 교수 등이 참여하고 있다.
■캠퍼스 지도가 바뀐다
건국대의 지도가 달라지고 있다. 건국대는 현재 캠퍼스 곳곳에서 공사가 한창이다.
건국대 발전상을 한눈에 보여주는 증거이다. 정문을 들어서자마자 마주치는 곳은 2004년께 제모습을 드러낼 건국대병원 신축공사 현장이다. 이미 새천년관 및 올 8월 선보인 국제학사로 캠퍼스의 지도가 새롭게 그려졌으나 앞으로도 2003년 완공될 생명과학관과 단과대로 승격하는 할 수의과대학 및 부속동물병원이 들어서면서 건국대 캠퍼스는 완전히 면모가 일신될 전망이다.
건국대가 21세기를 이끌어나갈 핵심기술로 꼽은 바이오기술과 세계화를 위한 연구시설에 개발 투자가 집중되고 있다.
또한 건국대 주변의 입지환경도 환골탈태할 것으로 보인다. 건국대는 지하철 건대입구역 남쪽에 위치한 체육시설부지(광진구 자양동)를 상업, 주거 복합 타운으로 개발키로 했다.
이곳에는 주상복합건물 4개동이 들어서며, 대학가의 특성을 살려 영화관 및 스포츠시설 등이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도 활용될 계획이다. 건국대는 이 개발사업을 통해 학교 재정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업 수익 중 3,000억원은 건국대병원 신축비용으로, 이후 업무용빌딩 임대수익으로 매년 200억원을 학교발전기금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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