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60대인 언니가 걱정입니다. 두 달 전에 위암으로 형부를 잃은 뒤 언니는 지금껏 눈물과 불면으로 밤을 지새우고, 명치 끝이 아프고 소화가 되지않는다 합니다. 매사에 의욕도 잃었습니다. 언니는 쉽지않은 시집살이를 하면서도 세 아들을 훌륭히 결혼시켰고, 잉꼬부부로도 소문났었습니다. 기업체 사장인 형부에게 지난 봄 느닷없이 병마가 닥쳐 6개월 입원해 있는 동안 언니는 주위의 도움을 마다하고 손수 간병을 해왔습니다. "내 혈압약도 꼼꼼히 챙겨주고, 이번 임기가 끝나면 우리도 마음 놓고 여생을 즐기자고 했던 남편이 불쌍하다"고 망연자실해 있습니다. 언니를 어떻게 도와주면 될까요?(서울 대치동 손씨)
답>언니는 '급성 애도반응'을 심하게 겪고 있는 것입니다. 급성애도반응이란 사랑하는 사람을 여읜 뒤 오는 충격과 슬픔에 망연자실해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입맛을 잃고 소화불량 같은 위장장애가 동반합니다. 언니가 호소하는 소화불량과 명치끝 통증은 이런 애도반응의 일반적인 증상입니다. 남편이 위암으로 운명하였기에 자기도 그 비슷한 고통을 겪음으로써 먼저 간 사랑하는 사람과 같아지려는 잠재의식의 발로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망자(亡者)와의 동일시'라 부릅니다. 보통 정도의 애도반응은 그냥 놓아둔다면 대체로 6개월 정도 가며, 그 뒤 서서히 회복됩니다.
애도반응이 심한 경우는 다음의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죽은 사람에게 평소 심하게 의지하던 사람으로, 온 세상을 다 잃은 격이 되어 앞으로 어떻게 살지를 몰라 불안해 하는 경우 입니다. 언니의 경우는 형부가 평소 언니의 혈압약까지 일일이 챙겨 주었다는 것을 보면 그 의존 정도가 심했다 하겠습니다.
두 번째로 심한 경우는 자기가 망자를 죽게 했다는 불합리한 자책감이나 죄책감이 끼어 들 때 입니다. 이 상태는 통상적인 애도심이 우울증으로 바뀐 것을 의미하며, 자칫 자살위험이 있기 때문에 즉각적인 치료를 요합니다. 언니에게는 이 죄책감 유무가 아직 불분명합니다.
셋째는 애도반응이 6개월 이상 지속되는 등 만성화하면 우울증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남편에게 의존하는 인생을 살아온 언니에겐 급성 우울반응에다 울고불고 하는 증상이 있어 죄책감 수반이 다소 의심됩니다. 그러니 자연회복을 기다리는 것보다 아들들이 나서서 어머니를 전문가에게 모셔가도록 독려하셔야 합니다.
/서울대 의대 신경정신과 명예교수 dycho@dych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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