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적 시각에서 남북한을 묘사, 네티즌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 '007 어나더데이'에 북한군 특수요원 자오역으로 출연한 한국계 미국인 배우 릭 윤(32)이 2일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출중한 외모와 '삼나무에 내리는눈'(1999)에서의 호연으로 좋은 평을 받았던 그지만 이번 방한은 미군 궤도차량 여중생 사망으로 촉발된 최근의 반미정서와 맞물려 그리 호의적이지만은 않았다. 릭 윤도 "심각한 상황인만큼 이번에는 한국말을 하지 않는 것을 이해해 달라"며 말문을 열었다. 영화 자체보다는 영화를 둘러싼 상황에 집중된 질문에 대답하느라 다소 경직된 표정이었다.―최근의 여중생 사망사건과 그로 인한 반미 정서를 알고 있나.
"소식 들었다. 안타깝기 짝이 없다. 내 가족이라면 나도 가만 있을 수 없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007 어나더데이'가 남북 관계를 냉전적으로 그렸다고 보지 말자는 움직임까지 있다.
"지금의 세계 정세도 그렇지만 이번 영화에서도 특정 한나라, 북한이 적이 아니다. 악한은 개인일 뿐이다. 이 영화는 4년 전부터 쓰여진 것으로 부시 대통령의 '악의축' 발언과도 관련이 없다."
―007영화에 출연한 이유는.
"두번째 영화인 '분노의 질주'를 보고 리 타마호리 감독이 연락해왔다. 다른 한국 남자들처럼 나도 액션, 특히 어려서 본 007을 좋아했다. 배우로서 큰 기회라 생각했다."
―하지만 북한군으로 출연한 영화가 한국에서 반감을 사는데 심정은 어떤가.
"내가 맡은 역할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북한인도 중국인도 아니고 왜 남북통일에 목숨을 거는지조차 모호한 인물이다. 캐릭터보다는 피어스 브로스넌이나 할리 베리 등 명배우들과의 협연에 의미를 둔다. 출연을 고사한 다른 한국 배우들의 결정 역시 커리어와 관계된 결정이었다고 본다."
―그렇다면 이번 영화가 이전 007영화와 다른 점은.
"국가가 아닌 개인과의 대결 구도이고 무엇보다 제임스 본드도 도망자이자 범법자로 그려진다. 흑백 논리를 어느 정도 극복했다고 본다."
한편 인터넷을 중심으로 영화를 둘러싼 각종 소문에 시달리고 있는 영화 수입사 이십세기폭스 코리아측은 "소문과 달리 낙후된 서울 거리도 등장하지 않으며 김영철도 출연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열린 마음으로 영화를 봐달라"고 당부한 릭 윤은 4일 이한한다.
/김지영기자 koshaq@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