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에서 첫 손 꼽히는 우완투수 그렉 매덕스(애틀랜타 브레이브스)는 컴퓨터 같은 제구력으로 유명하다. 강타자들이 즐비한 메이저리그에서 140㎞내외의 볼을 던지면서도 꼼짝 못하게 하는 매덕스의 경기를 보면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그에 관한 전설적인 이야기가 많지만 이런 일도 있다. 타석에 들어서는 타자를 염두에 두고 야수들에게 수비위치를 이동하라는 사인을 냈다. 중견수도 매덕스의 사인에 따라 위치를 바꿨다. 상대타자의 타구는 중견수가 이동한 곳으로 날아와 위기를 넘겼다. 만약 중견수가 원래 위치에 서 있었다면 중견수와 좌익수중 누가 잡아야 할지 애매한 타구였지만 간단한 수비위치 이동으로 평범한 플라이볼이 되었던 것이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야구에서 간혹 볼 수 있는 장면이다.사실 야구팬들은 홈팀의 공격에 매료되기 일쑤다. 하지만 수비의 묘미를 조금만 알면 훨씬 더 야구를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흔히 '수비가 강해야 정상에 오를 수 있다'고 말한다. 수비의 비중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이다. 매덕스의 일화도 단적인 예이다.
수비의 중요성은 야구에만 국한 된 것은 아니다. 일상사에도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공세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얘기다. 너무 공격적으로 나가다 보면 수비에 허점이 생기게 마련이다. 아무런 준비가 없다면 수세에 몰렸을 때 순식간에 허물어질 수 밖에 없다. 간혹 내야수들이 타구를 잡은 후 우왕좌왕하다가 주자와 타자를 모두 살려주는 경우를 볼 수 있다. 대개 자기에게 타구가 왔을 때 어디로 송구할 것인지를 미리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수비를 할 때도 머리를 쓰지 않으면 항상 실책이 따를 수 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야구는 센터라인이 강해야 한다고 말한다. 포수-투수-유격수-중견수로 이어지는 수비의 축이 제대로 서야 팀이 산다는 말이다. "좌익수 우익수는 가능하면 중견수에게 타구를 양보해야 한다"는 야구 불문율도 그래서 생겨난 것 같다. 중견수는 외야수중 행동반경이 가장 넓은 중요한 포지션인데 좌익수나 우익수가 도를 넘으면 실책으로 이어질가능성도 있다. 호미로 막을 일이 가래로도 막기 어려운 상황으로 비화되는 일은 비단 야구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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