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생태통로입니다. ○○동물이 다니고 있습니다." 전국 각 도로의 야생동물 이동통로(생태통로)에 설치된 이 같은 표지판은 대부분 공염불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야생동물의 서식지 단절을 막기 위해 전국 37개소에 설치된 생태통로 중 32군데가 엉뚱한 곳에 설치되거나 보완 시설이 미비해 야생 동물이 전혀 이동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환경부는 2일 전국 각지의 도로에 설치된 생태통로에 대한 중간평가 결과 "동물이 다닌 흔적이 있는 곳은 5군데에 불과하다"며 "주변 환경을 철저히 조사하고 동물 습성을 파악해 생태통로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생태통로가 무용지물에 불과한 것은 지방자치단체와 도로관리기관 등이 동물의 습성파악과 현장조사를 충분히 하지 않은 채 위치 선정을 했기 때문인 것으로 지적됐다.
실제로 강원 양양군 한계령에 건설 중인 생태통로는 인근에 야생동물이 잘 다니는 길목이 있는데도 이 지역이 문화재특별구역이라는 이유로 다른 엉뚱한 곳에 설치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시설은 동물의 이동을 돕기는커녕 동물 접근을 방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주시의 우암산 생태통로의 경우 주민들이 동물 이동을 관찰할 수 있도록 벤치까지 설치해 오히려 동물들의 접근을 막은 꼴이 된 것.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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