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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현대의 공존" 日 문화재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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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현대의 공존" 日 문화재 정책

입력
2002.1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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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사카(大阪)시 남쪽에 자리잡은 오사카사야마(大阪狹山). 우리나라의 읍 정도 크기인 소도시이지만 일본 최고(最古)의 댐식 저수시설 '사야마이케(狹山池)'로 유명하다. 이 저수지는 1988년 시작된 제방 보강공사 과정에서 아스카(飛鳥)시대인 7세기 초 첫 축조됐으며, 바닥에 두꺼운 뻘을 깐 뒤 그 위에 시루떡처럼 흙과 나뭇잎을 켜켜이 쌓고 경사면에는 나무로 틀을 대 흙을 다져넣어 강도를 높인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로서는 최첨단인 이 공법은 한성백제 왕성인 서울 풍납토성과 김제 벽골제 등에서도 확인됐다. 중국에서 유래한 토목기술이 백제에서 꽃을 피운 뒤 일본에 전래됐음을 보여주는 증거다.저수지 한 켠에는 지난해 3월 문을 연 사야마이케 박물관이 자리잡고 있다. 마주한 두 건물의 외벽을 타고 물줄기가 폭포수처럼 떨어져 중정(中庭)에 모이는 독특한 양식이 눈길을 끈다. 세계적 건축가 안도 타다오(安藤忠雄)의 작품이다. 박물관 내부에는 무려 10억엔을 들여 제방의 한 단면을 잘라내 그대로 옮겨놓은 높이 15m, 밑변 62m 크기의 사다리꼴 구조물을 비롯해 출토 유물과 관련 자료가 전시돼 1,400년에 이르는 토목 및 관개 기술 역사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다. 구라쿠 요시유키(工樂善通) 관장은 "연간 관람객은 8만여명으로 아직 많지 않지만 안도의 작품을 보려는 건축학도의 발길이 이어지는 등 관람객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면서 "유적에 대한 시민들의 자부심도 대단하다"고 말했다.

일개 제방을 훌륭한 관광자원으로 탈바꿈시킨 이 사례는 백제 왕성으로 밝혀진 풍납토성에 대해 발굴·보존 기본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는 우리 실정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일본 역시 70년대 이후 개발에 따른 유적 파괴가 속출하고 있다. 마치다 아키라(町田章) 나라(奈良)문화재연구소장은 "개발에 따른 구제(救濟) 발굴은 한해 7,000여건으로, 이 가운데 공사 계획을 바꿔 유적을 보존하는 경우는 1%도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왕궁 터 등 중요 유적을 그 지역 주민이 주축이 돼 보존한 사례가 적지 않다. 오사카시 중심가에 자리잡은 아스카시대 궁터인 나니와노미야(難波宮)는 54년부터 시작된 발굴조사를 거쳐 현재 복원 계획중이다. 외곽 창고 터에 오사카 역사박물관과 NHK 건물이 들어서기는 했지만 특수 공법으로 지하에 유구를 보존해 관람객에게 개방하고 있다. 나라시 외곽의 나라시대 궁터 헤이죠큐(平城宮)도 50여년째 발굴 조사 및 복원 공사가 이뤄지고 있다.

일본 문화재 보전체계의 핵심 축은 문화재연구소. 지난해 독립행정법인으로 전환한 문화재연구소는 도쿄(東京)와 나라 두 곳에 있는데 도쿄는 미술공예, 나라는 발굴 전문으로 특화해있다. 특히 나라연구소의 경우 헤이죠큐와 아스카궁 유적 바로 곁에 발굴 전담부서를 별도로 두고 발굴 성과를 알리는 전시관을 운영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전국의 지방자치단체 산하 발굴기관들을 상대로 체계적인 기술 연수 및 발굴 지도를 실시하고 있다. 조직 구성도 발굴 사료조사 사진자료 보존처리 수리복원 등으로 세분화해 상당한 전문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10개년 계획으로 추진중인 미륵사지 석탑 해체·복원 공사를 건축 전문직 1명과 일용직 10여명이 담당하고 있는 우리의 국립문화재연구소 실정과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김봉건(金奉建) 국립문화재연구소장은 "최첨단 장비야 돈 주고 사오면 되지만 전문 인력은 하루 아침에 길러지지 않는다"면서 "주먹구구식 문화재행정을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전문화를 통해 문화재 정책의 백년대계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사카·나라= 이희정기자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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