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는 1일 부산 전역을 훑으며 노풍(盧風) 잠재우기에 힘을 쏟았다. 경기지역으로 예정됐던 유세일정을 급히 바꾼 것은 부산의 심상치 않은 동향을 의식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이날 부산 17개 선거구 중 14개 선거구를 도는 강행군을 했다. 유세 때마다 "혹시 이상한 바람이 불까, 조금 걱정이 돼 다시 왔는데 걱정할 필요 없겠죠"라고 물으며 부산 민심의 다짐을 받기도 했다.유세 전략도 바꿨다. 그동안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를 강도 높게 비판한 것과는 달리 내용의 대부분을 지역 공약에 할애하는 등 포지티브 전략으로 안정감을 강조했다. 그는 "YS와 DJ를 오가며 14년을 정치한 사람이 새 정치를 말할 수 있느냐"며 노 후보를 우회적으로 겨냥한 뒤 "권력나누기 보다는 성장과 일자리, 사회복지라는 삼위일체의 경제 강국을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부산에 선물거래소를 두고 해양물류 수도이자 문화 예술 관광의 중심지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김부겸(金富謙)·김영춘(金榮春) 의원 등 개혁 성향의 젊은 의원들을 연사로 긴급 투입하는 등 총력전을 폈다. 허태열(許泰烈)·정형근(鄭亨根) 의원은 "노 후보 하나만 경상도고 나머지는 다 전라도" "현 정권이 부산항을 내려 앉히려고 광양항에 예산을 더 줬는데 해양수산부 장관을 한 노 후보가 무엇을 했는가"라며 노골적으로 지역감정을 자극했다.
/부산=안준현기자 dejavu@hk.co.kr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는 1일 진주, 마산, 사천 등지를 돌며 부산·경남(PK) 지역에서의 바람몰이를 계속했다. 노 후보는 이날 진주 중앙시장 거리 유세에서 "나는 경남에서 태어나고 자라 국회의원까지 된 농민의 자식"이라고 강조한 뒤 사투리로 "대통령 한번 만들어주이소, 믿습니데이"라며 표심 잡기에 온 힘을 기울였다.
노 후보는 또 "이회창 후보는 농촌에 살아본 적도 없는데 농촌사정을 어찌 알겠느냐"며 "기업에 대한 워크아웃 방식으로 농가부채를 해결하고 농민이 추천하는 대표를 농림부 장관에 임명, 농촌을 살리겠다"고 농심에 호소했다.
노 후보는 "나는 국세청을 앞세워 기업에서 선거자금을 모으고 100여평 호화빌라에 사는 사람들과는 다르다"며 이 후보에 대한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그는 소액의 후원금이 든 복돼지 저금통 수백개가 답지하자 한껏 고무된 표정으로 "10만여명의 이름없는 지지자들이 보낸 복돼지 저금통에서 5억원이 모였다"고 인사를 한 뒤 "나는 검은 뒷돈을 받지 않는 만큼 부정부패를 확실하게 청산할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노 후보는 전날 부산 유세에서 "당내 경선에서 청와대와 동교동은 나를 밀지 않았고 여러 사람이 나를 흔들어 댔다"며 "나는 국민의 힘으로 단일후보가 된 국민의 양자(養子)"라고 강조, 영남지역에서 'DJ 양자론' 확산을 견제했다.
/진주=배성규기자 veg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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