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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리포트 / 김용규 동원증권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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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리포트 / 김용규 동원증권 사장

입력
2002.1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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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투자가 악(惡)으로까지 불신 받는 시대에 증권사와 증권맨이 '진실한 친구'가 될 수는 없을까. 동원증권 김용규(金容圭·사진) 사장의 뇌리에는 늘 이런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모두가 '오른다'고 얘기할 때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친구, 모두가 '아니다'라고 말할 때 '예'라고 할 수 있는 친구가 돼야지요."

'쉽게 말하지 않겠다. 쉽게 듣지 않겠다'고 외치는 동원의 마케팅 슬로건도 허풍과 과장이 판치는 증권가에서 '신뢰'와 '솔직함'을 갈망하는 김 사장의 작품이다.

"증권은 기업과 투자자를 위한 금융 토털서비스"라고 말하는 김 사장의 신조는 기업을 투자자 앞에 공개하고 주식시장에 상장·등록시키는 기업공개(IPO)부문에서 잘 나타난다. 1992년 사업법인 부장 시절, 미래산업 천안공장으로 정문술 전 사장을 직접 찾아가 코스닥에 등록하도록 설득하고 대형 증권사와 경쟁해 IPO프로젝트를 따낸 그는 공모에서부터 코스닥 등록, 이후 거래소 상장과 해외 자금조달, 나스닥 DR(주식예탁증서)발행, 금융 컨설팅 등 10년 동안이나 미래산업에 토털 금융 서비스를 해왔다. 이런 인연으로 미래산업 정 전 사장은 동원증권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고 동원증권은 미래산업의 성장 발전을 함께 공유하고 있다.

"끝까지 책임을 져야죠." KTF와 데이콤 SBS CJ쇼핑 등 수많은 기업들이 그의 손을 거쳐 주식시장에 상장·등록했고, 지금도 동원을 통해 기업금융을 한다.

이런 김 사장의 철학과 경쟁력이 동원증권을 웬만한 파도에도 끄덕 없는 '금융 구축함'으로 만들었다. 영업망이나 고객 약정면에서는 대형 증권사의 물량 공세에 치이고 있지만, 자산 운용과 기업금융 부문의 경쟁력 만큼은 업계 최고를 자랑한다. 직원 한 사람이 벌어들이는 영업이익이 1억4,500만원으로 국내 증권업계 1위이며, 주식상품 운용(증권사 자체 자금으로 투자한 주식)으로 올리는 수익 규모도 업계 최고 수준이다.

증권업에 발을 들여 놓은 지 18년. 기업금융 분야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져온 김 사장에게 초년병 시절 뼈아픈 기억이 있다. 은행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1976년 국내 증시가 걸음마를 시작할 무렵 꿈을 안고 증권사로 자리를 옮겼지만 3년 동안 '대박'의 허상을 좇은 결과 남는 것은 빚뿐이었다.

증권사를 박차고 나와 몇 년 동안 주식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88년부터 시작된 한국증시의 팽창은 그를 다시 여의도로 불러 들였고, 과거의 교훈이 '보약'이 돼 돈 욕심을 버린 그에게 '가치투자'와 '위험관리'만이 최고경영자(CEO)의 경영철학으로 남았다. "철저한 가치투자와 리스크 관리를 위해 낮은 위험(low risk)에 중간이익(middle return)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철저한 종목 분석으로 저평가된 실적 중심의 일류기업과 우량 종목을 찾아 내재가치에 접근할 때까지 장기보유하는 거지요."

김 사장이 그리는 밑그림은 요즘 증권가의 화두인 인수합병(M&A)·대형화와는 거리가 멀다. "1위 증권사나 60위 증권사가 하는 일이나 수익구조에 큰 차이가 없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M&A가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지금은 고유의 모델을 통해 차별화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가 지향하는 것은 '특성 있는 증권사'다. 지금처럼 비슷한 상품으로 증권중개와 수수료 수익에만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증권사별로 기업금융 중심의 투자은행(IB·Investment Banking)업무, 소매금융, 도매금융, 자산운용 등 특정 분야에 강점을 갖도록 특화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김 사장이 내놓는 동원증권의 청사진은 IB와 파생금융상품 분야의 전문 증권사다.

임직원들로부터 얽히고 설킨 복잡한 상황을 압축, 단순 명료하고 명쾌하게 의사결정을 한다는 평가를 받는 김 사장은 경기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한국증시의 상승 가능성에 대해 "지금은 분명 예스(Yes)"라고 잘라 말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 김용규 사장은 누구

1949년 서울 출생

1973년 연세대 경영학과 졸

1973년 중소기업은행 입사

1976년 대우증권 입사

1979년 한양 입사

1988년 동원증권 사업법인부장

1998년 동원창업투자 대표

2000년 동원증권 대표이사 사장

● 동원증권은

여의도 증권가에서 동원은 펀더멘털이 탄탄한 '저력 있는' 증권사로 통한다. "동원증권이 아니면 오늘의 김정태(전 동원증권 사장) 국민은행장도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업계 시장점유율 순위는 7위이지만 기업공개(IPO)와 상품운용 등 기업금융분야의 경쟁력과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투자은행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동원그룹이 동원산업을 금융과 식품 부문으로 분할, 금융을 집중 육성키로 하면서 동원증권은 금융지주회사 설립과 그룹의 금융 주력 계열사로 탈바꿈하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책임경영 강화를 위해 증권사 최초로 사업부별 부사장제를 도입한 것도 금융지주회사로 가기 위한 포석이었다.

은행 인수와 보험 등 다른 금융사와의 제휴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동원투신운용, 동원캐피탈, 동원상호저축은행, 동원창업투자 등 금융계열사와 함께 종합 금융 네트워크를 꿈꾸고 있다.

동원증권은 수익기반을 다변화하고 있다. 지난해 전체 수익에서 소매금융이 24.36%, 기업금융(IB) 5.54%, 도매업이 6.51%, 자산운용이 62.18%를 차지했으나, 앞으로 IB분야를 강화해 20%로 확대하고 도매업도 15%로 늘리는 대신 자산운용은 15%로 줄일 방침이다. 또 지난해 경상이익 가운데 1,000억원을 쏟아넣어 부실 자산을 모두 털어낸 만큼 부실채권 제로의 기치를 내걸고 무차입·알짜 경영을 지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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