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바람이 부는 날도 아내는 앞강에 나가 빨래를 했습니다. 빨래 방망이 소리가 추운 바람을 타고 산에 가 닿고, 빨래에서 튄 물방울은 아내의 머리칼에 맺혔습니다. 퇴근 길에 빨래하는 아내를 보면 아름답기도 하고, 얼음을 깨고 빨래를 했다는 어머님 생각이 나기도 했습니다. 넓적한 징검다리 위에 빨래를 해 놓으면 내가 빨래 통을 머리에 이고 집으로 왔습니다. 아내는 시린 손을 호호 불며 따라오고, 동네 사람들이 우릴 놀렸습니다. "어이! 김선상 눈에 띄게 너무 그러지 마." 나는 웃고, 아내도 후후 웃었습니다
산에는 바람이 불고, 아내의 앞 머리칼에는 언 물방울이 하얗게 맺혀 있었습니다. 강물은 우리 뒤에서 늘 흘렀습니다.
■시인의 말
퇴근을 할 때 아내 모습이 징검다리에서 보이면 나는 얼른 강으로 달려갔다. 아내가 빨래하는 옆에 앉아 나는 놀았다. 강가에 마른 풀잎들, 산, 산그늘에 잠긴 마을, 우리는 이따금 얼굴을 마주보며 웃었다. 물 속에서 잠긴 빨간 아내의 손과 얼굴….
●약력
1948년 전북 임실 출생 1982년 창작과비평사 발행 21인 신작시집으로 등단 시집 '섬진강' '꽃산 가는 길' '누이야 날이 저문다' '그리운 꽃 편지' '그대 거침없는 사랑' '강 같은 세월' '그 여자네 집' '나무' '연애시집' 등 김수영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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