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LG, SK, 현대자동차 등 대그룹의 사장단 및 임원급 정기 인사 향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1일 재계에 따르면 이번 인사는 예년보다 앞당겨져 연말이나 내년 초 대부분 실시되고, 대대적인 '승진 잔치'를 벌인 지난 정기 인사와 달리 소규모에 그칠 전망이다. 특히 대선후 정권교체에 따른 기업의 인맥 정비가 이번 정기 인사에 상당히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 현대차 등의 후계구도 강화 여부도 관심사다.
■앞당겨지는 인사철
두산과 한화가 이미 인사를 단행했고, 신세계 등은 12월초로 예정되어 있다. 삼성 LG 등 대기업들은 늦어도 내년 1월까지 인사를 마무리 짓기로 하고 임원진 평가작업에 들어갔다. 올해 3월에 정기인사를 했던 LG는 내년 1월로 인사를 앞당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올해와 마찬가지로 내년 1월 중순에 임원 인사를 단행할 전망이다.
환란이후 매년 2월말, 3월에 실시되던 대기업 인사가 연말·연초로 앞당겨진 이유는 경영공백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경련 관계자는 "연말· 연초 그룹단위의 일괄적 인사방식이 환란이후 '황제경영'의 대표적 사례로 지적돼 인사시기를 각 계열사별 주총시기로 늦췄지만, 사실상 형식에 그치면서 환란 이전의 관행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사 폭은 소규모에 그칠 듯
그룹별로 차이는 있지만 인사폭은 소규모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내년 경영 화두가 '안정'에 있는데다 전반적으로 임원을 줄이는 추세여서 대대적인 경영진 교체의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삼성은 대부분의 경영진이 유임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 고위관계자는 "올해 계열사들이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릴 것으로 예상돼 근본 틀을 바꾸는 인사이동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SK도 소폭인사가 예상된다. 손길승 회장은 지난 14일 "(사장단 및 임원) 인사는 거의 없을 것"이라며 "열심히 달려야 하는 말을 중간에 바꿀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손회장이 임원급에서 '소폭'의 변동이 있을 수 있다고 언급한 점에 비춰 올해 수준의 승진인사(60명)가 예상된다.
■후계구도 강화에 관심
일부 그룹들의 후계구도 강화와 그에 따른 세대교체, 재무라인 중용 여부도 관심의 대상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보는 진급연한이 차 상무 이상급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높다. 전무나 부사장으로 승진도 가능하다. 이 경우 이 상무보의 인사 틀에 맞추는 임원진 세대교체가 뒤따를 수 있다.
현대차 정의선 전무의 부사장 승진 여부도 관심거리. 정 전무가 승진할 경우 지난해 미룬 후계구도를 위한 인사와, 올해 실적호전에 따른 승진인사까지 포함해 인사 폭이 커질 수 있다. 이 달 별세한 조중훈 회장의 한진그룹은 세대교체가 가속화하며 새 진용이 짜여질 전망이다.
재무출신의 중용 가능성은 지주회사로 개편을 추진중인 LG와 SK그룹에서 주로 거론된다. 내년 3월1일 단일 지주회사 지배체제 출범이 결정된 LG의 경우 계열사 CEO들의 유임이 점쳐지는 가운데 일부 교체시 재무통이 중용될 가능성이 크다. 지주회사 설립 방침을 정한 SK그룹 역시 재무라인의 부상이 예상되며, 특히 손길승 그룹회장과 최태원 (주)SK회장의 인맥 배열이 관심거리다.
차기 정권 출범에 대비한 인맥 전진 배치 여부도 이번 인사에서 중요한 변수로서 주목되는 대목이다.
/박희정기자 hjpark@hk.co.kr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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