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제 의원이 1일 민주당을 탈당했다. 그는 이날 아직 결정된 바 없지만 마지막 1주일 정도면 국민들이 위대한 선택을 해 주리라 믿는다고 말해 다른 당으로의 이적 가능성까지 배제하지 않았다. 그의 이런 정치적 행보에 대한 신뢰여부는 일단 접어두기로 하자. 한때는 김대중 정권의 탄생에 결정적 기여를 했고, 그 후엔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 반열에도 올랐던 그의 탈당을 보는 우리의 심사는 한편 서글프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후련하다.우리가 그의 탈당에 후련한 생각을 갖는 것은 어차피 그가 정치적 결사체의 조직원으로서는 치명적 결점을 가졌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는 신한국당 경선시절엔 이회창 후보의 지지도 추락을 이유로 결과에 불복하고, 독자출마를 단행했다. 이번 민주당의 국민경선과정에서 그는 누누이 '다시는 경선불복 사태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 다짐하면서 경선에 임했다. 입술에 침이 채 마르기도 전에 그는 다시 민주당을 나갔다.
두 번에 걸친 경선불복으로 그의 말은 이제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기 어렵게 됐다. 이처럼 정치를 희화화하고, 정치인을 거짓말하는 존재로 만든 그는 정치판을 떠나는 것이 오히려 타당할 것이다. 그의 두 번에 걸친 경선불복은 자라나는 우리 2세들에게 교육적으로도 크게 해롭다. 그가 탈당회견에서 '정치공작과 급진주의에 나라의 운명을 맡길 수 없다' 운운한 강변은 오히려 나락으로 떨어진 그에게서 연민의 정까지 느끼게 한다.
그가 이날 탈당의 이유로 거듭 제시한 민주당의 급진 좌경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심지어 한나라당까지 이번 대선의 대결구도를 보혁구도가 아니라고 부인한 바 있다. 그렇다면 그가 무슨 근거로 급진세력, '편향된 급진이념에 포위된 정당' 운운하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어떤 미사여구로 자신의 입장을 강변하려 해도 그는 버려야 할 구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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