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민간 프로 합창단입니다."서울모테트합창단의 지휘자 박치용(39·사진)씨는 민간과 프로라는 단어를 유독 강조했다. 관립과 아마추어 합창단이 주류인 우리 합창계 현실에서 쉽지 않은 길을 선택한 자부심과 어려움이 함께 묻어난다. 나라의 예산으로 운용되지 않고 단원들의 본업이 연주인 음악단체. 당연한 말이지만 아직 한국에서는 희망사항일 뿐이다.
그는 20대 청년 단원들이 불혹을 바라볼 정도로 14년 동안 합창단을 함께 꾸려왔다. 창단 10주년인 99년에는 헨델의 '메시아'를 국내 최초로 완창했고, 2000년에는 바흐 서거 250주년을 맞아 4회에 걸쳐 바흐의 합창곡들을 불러 음악계에서 열정적이고 학구적인 합창단으로서의 입지도 굳혔다.
의외로 관립 합창단도 잘하지 않는 학구적인 연주회를 하는 이유를 박씨는 "합창단 운영비를 벌기 위해서"라고 대답했다. 대중성을 따라가기보다는 합창의 질을 높이면 관객은 저절로 온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50회 정기연주회에서도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20번의 2악장을 피아노 독주와 합창으로 편곡해 부른다. 2악장이 가요형식으로 되어있는 것에 착안했고, 성가 가사를 첨가한다. 다음에는 브루흐의 첼로와 관현악을 위한 '콜니드라이'에 도전할 예정.
가장 순수한 합창을 만들겠다고 13세기에 발생한 합창음악의 뿌리인 모테트 양식에서 이름을 따온 이 합창단은 일본 문화청 주관으로 10월에 열린 2002 도쿄 국제 아트페스티벌에 부천필과 동급인 200만엔(약 2,000만원)의 개런티를 받고 초빙되었을 정도로 외국에서 더 인정받고 있다.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