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실패의 교훈을 얻고 한국을 성공의 교본으로 삼자." 말레이시아의 모하마드 마하티르(사진) 총리가 일본의 경제시스템을 따라 배우자는 '룩 이스트(Look East)' 운동을 제창한 지 20주년을 맞은 올해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마하티르 총리는 최근 일본 경제에 대한 실망감을 잇달아 표명하면서 대신 한국과 중국 경제에서 배울 점을 찾고 있다고 요미우리(讀賣)신문이 1일 보도했다. 한국을 새로운 모델로 삼고 중국을 '룩 이스트'의 새로운 대상국에 포함하면서 일본은 반면교사(反面敎師)로 격하시키는 경제 정책의 노선전환이라는 것이다.
마하티르 총리는 11월 중순 기자회견에서 "경제정책의 실패를 일본에서 배워 말레이시아가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도록 하자"며 "아시아 통화위기에서 급속히 회복한 한국의 성공에 주목하고 있다"고 일본의 실패와 한국의 성공을 대비했다.
그는 8월말 '룩 이스트' 20주년 기념식 연설에서도 일본 따라 배우기가 말레이시아의 성장에 크게 공헌했다고 평가하면서도 최근 일본의 경제침체를 매몰차게 비판했다. 말레이시아 정부의 고위관계자는 마하티르 총리의 일본 비판에 대해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일본의 흉내는 내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마하티르 총리는 1982년 일본 근로자들의 근면성과 충성심, 집단이익을 중시하는 자세 등을 높이 평가하고 이른바 '룩 이스트' 운동을 제창했다. 1983년 방일했을 때 "일본을 보고 배워 '말레이시아 주식회사'를 지향하겠다"고 일본을 극찬했다. 이후 말레이시아에는 1,400여 개의 일본 기업이 진출해 고용과 수출에 기여하며 말레이시아의 경제성장에 버팀목이 돼 왔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 마하티르 총리는 경제 시스템뿐만 아니라 사회·교육 등 일본의 제반 문제점까지 비판하고 있다. 한 강연에서 그는 일본 젊은이들의 머리염색 풍조를 꼬집어 "잘못된 서양숭배가 일본의 윤리나 가치관을 저하시켰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필수불가결한 첨단기술은 계속 흡수하겠지만 경제나 윤리 등에서는 더 이상 배울 점이 없다는 생각을 밝힌 것이다.
마하티르 총리는 10월 '새로운 모델로서의 한국'이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한국의 일하는 풍토와 경제개혁을 높이 평가하며 한국 따라 배우기를 명확히 선언했다. 중국과의 각종 심포지엄에서는 고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중국을 '룩 이스트'의 대상국가에 포함시키겠다는 생각을 밝혔다.
요미우리 신문은 "마하티르 총리의 '룩 이스트' 노선 전환은 일본에 대한 아시아 각국의 기대감이 엷어지고 있음을 상징한다"고 분석했다.
아시아 지역의 지속적 경제성장을 위해서 미국의 경기회복은 간절히 원하지만 10년여 경기침체가 이어지는 일본에 대해서는 더이상 기대하지 않는다는 차가운 평가라는 것이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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