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넘어가는 지금 뒤늦게 가을 이야기를 하는 것이 이상하기는 하지만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제 주변에는 이번 가을에 볼만한 책이 많지 않았다는 사람들이 제법 있습니다. 책 읽기 좋은 계절에마음에 쏙드는 책이 적었다는 사실에 의아해하기도 하고요.출판계에서 보면 가을은 비수기에 속합니다. 책이 잘 팔리지 않는 시기라는 뜻이지요. 출판계가 생각하는 성수기, 비수기는 매우 단순합니다. 1학기 개학 이후 여름방학 시작하기 전까지, 또 2학기 개학 이후 겨울방학시작하기 전까지가 비수기입니다. 방학과 새학기 개학 직후만 성수기인 것이지요.
이 시기는 물론 그간 출판인들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지요. 월드컵과 아시안게임같은 큰 행사가 열리는 시기도 비수기에 포함시킵니다. 사람들의시선을 모으는 흥미진진한 행사가 있는데 누가 책을 보겠느냐는 것이지요. 그래서 출판인들은 비수기는 피하고 성수기에 책을 집중적으로 내는 경향이 있습니다.
새로운 기획도 이때를 겨냥해 많이 이뤄집니다. 출판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좁은 독서시장을 생각하면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이는 출판사의 이같은 움직임은 불가피하다는 게 많은 출판인들의 생각입니다.
그런데 최근 만난 한 출판인은 기자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출판인들이 비수기, 성수기를 너무 따지는 게 아닌가. 독자들에게 선보이는 책이 시기에 따라 편차가 너무 커 오히려 독자의 욕구를 왜곡하는 게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엄연히 성수기, 비수기 구분이 되겠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물론 성수기, 비수기를 만드는 게 독자 아니냐는 질문이 날아오겠지만 출판인들이 너무 쉽게 시기 구분을 하는 게아니냐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기자가 만난 출판인은 역으로 도서 수요를 출판인들이 창조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출판사들이 과감한 기획과 돋보이는 편집, 거기에 알찬 내용으로 승부한다면 성수기, 비수기에 연연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었지요.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면서 출판사들이 책 내기를 다시 주저하고 있다고합니다. 하지만 독자들은 대통령을 뽑기는 뽑되, 좋은 책도 읽고자 합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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