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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 24시 / 11월28일 노무현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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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 24시 / 11월28일 노무현의 하루

입력
2002.1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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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선거전 이틀째인 28일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는 새벽 5시에 잠을 깼다. 어릴 적부터 변함없는 기상시간이지만 이날은 피곤이 가시지 않은 표정이다. 전날 전국을 종단한 강행군 일정의 피로가 몸을 누르고 있다.30분간 요가로 몸을 풀었다. 허리가 좋지 않아 몇 년 전부터 시작한 그만의 건강관리 비결이다. 금새 기력을 회복한 그는 샤워 후 2,3개 조간신문을 훑은 뒤, 부인 권양숙(權良淑)씨가 끓인 사골국에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웠다.

곧바로 거실 한 켠에 놓인 컴퓨터를 켰다. 자신의 홈페이지와 언론사 토론마당에 오른 의견들을 능숙한 손놀림으로 살펴본다. 각계의 목소리를 꼼꼼히 찾아보며 하루를 구상하는 시간이다. 지난 번 후보단일화 결심을 굳힌 것도 이 같은 여론서핑의 결과다.

노 후보는 코디네이터가 미리 골라놓은 감색 양복에 붉은 색 넥타이를 매고 7시30분께 현관 문을 나섰다. 부인 권씨는 수행비서를 불러 목에 좋다는 오미자와 꿀을 섞은 차가 담긴 보온통을 건넸다.

오전 8시 여의도 당사에 도착했다. 먼저 언론특보실에 들러 언론 대응책을 지시한다. 선대위 본부장들과의 회의에서는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의 발언에 대한 분석이 주의제가 됐다. 9시30분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대표가 제안한 분권형 대통령제에 대한 기자회견을 가졌다. 표정은 썩 밝지않았다.

10시25분 첫 유세지역인 부평역으로 가기 위해 황급히 전세 버스에 몸을 실었다. 버스 안에서 메시지팀이 준비한 A4용지 6장 분량의 유세 원고를 빠르게 읽어내려 갔다. 버스가 예정보다 10분 이른 10시50분께 부평역에 도착하자 잠시 토막잠을 청했다.

11시20분 유세가 시작됐다. 지지자 수백여명이 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노무현 대통령'을 연호하자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나는 안 돌아가는 자동차 회사를 돌아가게 하는 데 선수"라며 유머 섞인 연설로 청중의 환호를 끌어냈다.

점심은 낮 12시께 부평 GM대우자동차 공장 구내식당에서 노조 간부들과 함께 했다. 한 간부가 삶은 계란을 갖다주자 "과거 대우공장을 찾았을 때는 날계란을 맞았는데 오늘은 선물을 받았다"며 웃었다. 이어 선거운동의 하이라이트인 지하철 투어를 위해 부평역에서 지하철로 옮겨 탔다. 옆 자리에 앉은 여대생들이 사인을 부탁하자, '함께 사는 세상'이라는 글귀와 사인을 해줬다.

오후 1시50분 부천역으로 들어서자 시민과 학생 100여명이 노 후보를 보기 위해 우르르 몰려들었다. 역내는 연호로 떠나갈 듯 했다. 신도림역―종각역―청량리역 등 지하철이 멈추는 곳마다 쉴 새 없이 유세가 계속됐다. 노 후보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하지만 청중들의 반응에 그의 목청은 높아만 갔다.

4시30분 청량리역에서 급히 태평로 프레스센터로 차를 돌렸다. 미 CNN 방송 및 독일 라디오 방송과 인터뷰를 갖고 후보단일화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저녁 7시부터는 2시간30분간 TV합동토론 연습에 몰두했다. 김한길 미디어본부장 등과 실전과 다름없는 공방을 벌이며 땀을 흘렸다.

이어 모친상을 당한 이재정(李在禎) 유세본부장 상가에 들른 뒤 밤 11시께 고단한 몸을 이끌고 집에 도착했다. 밤 11시30분 침실로 들기 전 "이기고 지는 것은 운명이다. 나는 최선을 다할 뿐"이라는 말로 하루 소회를 대신했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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