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28일 공개한 '국정원 도청자료'를 놓고 한나라당과 민주당, 한나라당과 국정원 등의 진위 공방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조속한 진상 규명으로 대통령 선거가 소모적 공방으로 얼룩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도청 의혹은 국민의 실생활에 직결된 사안으로, 진실이 분명히 밝혀져야 함에도 정치권과 국정원은 29일까지 자신의 주장에 대한 물증을 내놓지 않은 채 공세와 부인, 역공세로 일관하고 있다. ★관련기사 3·4면
한나라당 등 정치권 일각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국정조사 등 국회차원의 진상 규명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검찰수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한나라당은 공개 자료가 국정원 문건임을 증명할 추가 자료나 사실을 조속히 공개해야 하며 국정원도 단순 부인만 거듭할 게 아니라 자체 감찰 등을 통한 구체적 반박 근거를 제시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박관용(朴寬用) 국회의장은 이날 "나도 3월에 도청을 당했다"며 "이는 민주주의의 기본 질서를 파괴하는 악질적 행위로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박 의장의 이날 발언은 '도청 자료' 공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박 의장은 "3월18일 내가 휴대전화로 후원회장과 통화한 내용이 한나라당이 입수한 도청 자료에 들어 있다"며 "자료에는 22일에 열린 부산시지부 후원회 문제 등 대화 내용이 그대로 담겨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평의원인 나의 휴대폰까지 도청했으니 의장이 된 후에야 오죽했겠느냐"며 "차기 대통령이 결정되기 전 국회에서 국정원법을 개정,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철저한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신 건(辛 建) 국정원장은 이날 낮 기자간담회에서 한나라당이 공개한 문건에 대해 "제3자가 만든 것으로 보이는 조잡한 문건"이라며 "국정원 문서가 아님을 공식적으로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신 원장은 "한나라당이 제시한 문건의 활자체가 국정원에서 문서 작성에 사용하는 것과 다르다"며 국정원 문서 양식과 활자체를 공개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국정원은 문서 양식으로 '아래아 한글'의 바탕체를 쓰고 있다"며 "그러나 한나라당이 제시한 문건은 신명조체와 돋움체로 국정원 문서 양식과 전혀 다르다"고 설명했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는 이날 충남지역 유세에서 "부정부패로 국민을 고통에 빠뜨린 이 정권이 무차별 도청으로 국민을 또다시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며 도청의혹을 쟁점화했다. 민주당 한화갑(韓和甲) 대표는"한나라당이 폭로 자료의 출처와 작성자를 밝히지 않은 채 근거 없는 흑색선전을 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검찰의 즉각적인 수사 등 정부의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한나라당이 폭로 자료에서 거명한 김원기(金元基) 이강래(李康來) 의원은 이날 오후 한나라당과 김영일(金榮馹) 사무총장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서울지검에 고소했다.
/신효섭기자 hsshin@hk.co.kr
유성식기자 ssyoo@hk.co.kr
이진동기자 jayd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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