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전이 초반부터 우려했던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상대를 공격하고 부정하는 이른바 네거티브 캠페인 중 가장 피해야 할 후보에 대한 인신공격이 난무하고 있다. 주요 당직자와 대변인단이 일제히 저급한 용어로 상대 후보를 헐뜯는가 하면, 그것도 모자라 후보들끼리도 치고 받는 형국이다.한나라당에 의하면 노무현 후보는 구태 정치인이고 기회주의자이자 선동가이며, 함량 미달자이다. 민주당에 의하면 이회창 후보는 국가관이 희박한 의혹 투성이 인물이며, 반드시 정치보복을 할 무서운 사람이다. 이 후보는 노 후보에 대해 "썩은 정권의 한 가운데 있어 급하고 불안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노 후보는 이 후보에 대해 "세풍·병풍·안풍 등 온갖 의혹에 이어 또 다른 의혹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말대로라면 두 후보는 국가지도자는커녕, 당장 퇴출돼야 할 사람들이다. 그러나 두 사람 중 한명은 12월19일 밤 대통령에 당선, 5년 동안 대한민국을 대표하고 끌어갈 사람이다.
우리는 31년 만에 등장한 양강(兩强) 구도의 과열상을 우려하면서, 정책대결을 당부한 바 있다. 이 후보와 노 후보가 이념적 지향성과 정책에 대한 우선순위가 달라 모처럼 정책대결을 펼치기 좋을 것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하지만 선거전의 양상은 전혀 딴판으로 가고 있다. 두 후보가 선거전의 후유증을 한번이라도 염두에 두고 있는지 모르겠다.
정당은 선거가 끝난 후 여야로 갈리겠지만, 대한민국 국가원수는 국민으로부터 존경을 받아야 한다. 이런 인신공격 속에서 탄생한 대통령은 존경은 커녕, 인정도 받지 못하는 사태를 가져올 수 있다. 두 후보 진영은 이제부터라도 막말을 하는 인신공격 만큼은 삼가야 한다. 이는 유권자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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