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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유조선 침몰과 연안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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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유조선 침몰과 연안국

입력
2002.1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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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바다오염으로 비상이다. 지난 19일 대서양 해상에서 두 동강난 유조선 프레스티지호가 스페인 해안 350㎞를 연료기름으로 흠뻑 오염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인근 포르투갈도 오염된 바닷물이 해안으로 접근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러시아에서 싱가포르로 향하던 이 배에 실은 연료기름의 양은 6만5,000톤이다. 연료기름이기 때문에 황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바다생태계를 비롯한 환경에는 더욱 치명적이다.■ 한 가지 다행한 것은 침몰한 유조선이 수심 3,000m의 바다속으로 가라앉으면서 배에 갇힌 기름도 바다 밑으로 가라앉게 된 것이다. 유조선 방제 전문가들은 바다 밑의 기름은 높은 수압과 낮은 온도에 의해 응고되면서 수면으로 새어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기름이 자꾸 떠오른다면 스페인 해안은 로마시대 이래 별명인 '죽음의 해로'나 '죽음의 해안'이란 별명이 붙게 될 것이다. 10년 전 알래스카에서 일어난 발디즈 유조선 사고로 오염된 해안생태계가 아직도 완전한 복원에 이르지 못한 것을 생각하면 끔찍한 일이다.

■ 프레스티지호의 침몰과 기름오염 사고는 피해국인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현명하지 못한 대응으로 더 큰 피해를 야기한 교훈을 전세계에 던지고 있다. 침몰한 선박이 파도에 파손되어 기름을 흘리면서 표류한 것은 침몰하기 일주일 전부터다. 선장은 구난을 요청했고, 보험사 및 구조회사는 스페인에 협조를 요청했다. 스페인의 조용한 바다로 예인하여 기름을 다른 배에 옮겼더라면 침몰과 대량 기름유출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스페인은 이 방법을 거부하고 해군작전을 통해 유조선을 먼바다로 내쫓았다.

■ 안전한 바다를 찾지 못한 유조선은 스페인 해안에서 250㎞ 떨어진 해상에서 방황하다 침몰했다. 그 거리는 스페인에게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기름은 대서양의 거친 파도를 꺼멓게 물들이며 스페인해안을 두들기고 있다. 일년에 수백 척의 유조선이 정박하고 지나가는 한국의 해역에서 유조선이 침몰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아찔한 일이 아닌가. 만약 꼭 같은 상황이 벌어졌을 때 조용한 수역에 정박해서 기름을 옮기게 할 것인지 또는 멀리 내쫓아야 할 것인지, 그것은 정말 쉽지 않는 결정일 것이다.

/김수종 논설위원 s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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