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자크 시라크(사진)프랑스 대통령이 고희(古稀)를 맞았다. 대통령의 70세 생일을 맞아 프랑스 언론들은 시라크의 성공적인 임기 수행을 평가했다.언론들은 1962년 드골 대통령의 보좌관으로 정치에 발을 들여놓은 그가 40년 정치 인생의 황금기를 맞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약점인 고령을 강점으로 활용하는 시라크의 태도에서 절정기의 노련함을 읽을 수 있다고 평했다.
올 5월 대선에서 사회당이 시라크의 출마를 크렘린의 노인정치로 비꼬았을 때 시라크는 매우 속이 쓰렸다. 토니 블레어(49) 영국 총리, 게르하르트 슈뢰더(58) 독일 총리, 조지 W 부시(56)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50) 러시아 대통령 등에 비교할 때 시라크는 분명 연장자다. 시라크 측근들도 보스의 심정을 헤아려 감히 연령을 들먹이지 못했다.
하지만 재선 후 그는 노련한 뚝심으로 내치와 외치에서 강력한 지도자의 인상을 국민에게 심어주기 시작했다. 이라크 문제에서 가장 단호한 목소리로 미국에 노(No)라고 답했고, 유럽연합(EU) 무대에서도 농업보조금 문제를 놓고 슈뢰더 총리와 담판을 벌여 양보를 얻어냈다. 또 블레어 총리에게는 버릇이 없다고 호통쳤다. 국내적으로 공공부문 파업 개시 후 "불법 파업은 강경 대응한다"는 원칙론으로 밀어붙여 안정을 되찾았다.
95년부터 올 초까지 집권 1기 동안에 이렇다할 지도력을 보여주지 못해 시라크를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카리스마가 없는 대통령으로 평가하던 국민들도 그의 관록에 신뢰를 보내기 시작했다. 좌파와 동거하면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던 시라크가 대선과 총선을 통해 무대를 독차지하자 드디어 기량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블레어는 이날 펜을 생일선물로 보내면서 "모든 면에서 위대한 시라크는 자신의 조국을 위해 싸우는 불굴의 정치인이며, 드골 대통령처럼 프랑스의 신념을 지닌 대통령"이라고 추켜세웠다. 시라크는 이날 엘리제궁에서 가족들과 조촐한 생일 파티를 즐겼다.
/이영섭기자yp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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