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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D-20 한나라 폭로 파장/ "불법도청" 의혹 돌발 변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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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D-20 한나라 폭로 파장/ "불법도청" 의혹 돌발 변수로

입력
2002.1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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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대 대선 초반전에 '불법 도청' 의혹이 돌발 변수로 떠올랐다. 한나라당 김영일(金榮馹) 사무총장이 28일 국정원의 도청 녹취록을 요약한 것이라며 공개한 정치인과 언론인, 기업인 등에 대한 도청 자료는 사실 여부에 따라 대선 흐름에 적지 않은 충격파를 미칠 것으로 보인다.만약 이 자료의 출처가 국정원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현 정권은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 이는 한나라당의 핵심 대선 구호인 '정권교체'의 명분을 강화시켜주는 결과를 부를 것이다. 한나라당은 설령 진상이 확실히 밝혀지지 않더라도 의혹 공방의 와중에 현 정권과의 긴장을 높이는 것만도 득표력 제고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반대로 허위자료로 드러날 경우 한나라당의 '흑색선전'에 대한 엄청난 역풍이 몰아 닥칠 게 분명하다. 그러나 현재로선 자료의 진위를 가리기가 쉽지 않다.

김 총장은 "국정원 내부 고발자가 도청에 의한 내부 보고서라고 직접 밝혔으므로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신분보호를 위해 자세한 내용은 공개할 수 없으나 이 정도의 내용은 아주 제한된 위치에서만 파악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해 제보자가 국정원의 고위층임을 암시했다. 이 자료는 정형근(鄭亨根) 의원이 처음으로 입수, 김 총장에게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 자료에 등장하는 18명의 한나라당 의원 중 상당수는 3월 자료에 적힌 내용의 전화 통화를 했다고 확인했다. 또 8명의 취재기자 가운데 5명은 통화 내용과 일시가 사실과 일치한다고 인정했고, 나머지는 "정확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언론사 사장도 "그런 취지의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료 어디에도 국정원 유출자료라는 증거가 없고, 자료를 한나라당에 건넨 사람의 신원이 불투명하다는 점이 섣부른 예단을 어렵게 한다. 물론 자료에 이름이 나온 민주당 의원들은 "완전한 허위날조"라고 펄쩍 뛰고 있다. 그래서 민주당 주변에서는 정치인에 대한 국정원의 동향보고 내용을 정리한 것이거나, 동향보고와 도청 내용이 반씩 편집된 자료일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진상규명의 열쇠는 일단 한나라당이 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나라당이 어떤 추가 증거와 자료를 제시하느냐에 따라 사태의 전개방향이 달라질 것이다. 김 총장은 이날 후속 폭로를 예고했다.

그럼에도 별다른 확증이 나오지 못하면 진상은 묻힌 채 의혹을 둘러싼 정치공방만 증폭될 소지가 다분하다. 대선 운동이 시작된 현재로서는 의혹 규명을 강제할 수단이 없다는 점이 이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국정조사는 고사하고 국회의 해당 상임위 조차 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의혹 공방과 감정싸움은 양측이 개시 시기만 엿보고 있던 네거티브 선거전을 앞당길 공산이 크다. '도청자료' 파문이 대선을 폭로, 비방전으로 몰아넣고 있는 셈이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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