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은 비교적 짧고 포근할 것이라는 기상예보가 나오면서 겨울외투 구입을 망설이는 사람들이 많다. 시즌 초 패션업체들마다 트렌드로 내세운 정장 스타일의 롱코트류가 무겁고 거추장스럽게 느껴지기 때문. 지난해 '국민코트'라고 불리며 절정을 이뤘던 더플코트의 인기도 올해는 끝물이어서 이래저래 패션욕구를 채워주기에는 역부족이다. '헤지스' 디자인실 이종미 실장은 "짧고 따뜻한 겨울을 위한 대안으로 여성은 피코트(pea coat), 남성에게는 보머재킷(bomber jacket)을 권할만하다"고 밝힌다. 세계 패션의 거대한 흐름인 캐주얼화와 복고바람을 타고 새롭게 등장한 두 스타일은 주5일 근무제에 따른 레저인구 및 자가운전자의 급증 등 시대적 조류와 맞물려 활동적이고 세련된 멋을 추구하는 젊은층의 기호와 잘 어울린다는 설명이다.피코트는 원래 영국 해군들이 군함에서 착용한 더블 브레스티드(단추가 두 줄로 쭉 달린 형태)풍으로 엉덩이를 겨우 가리는 짧은 반코트를 말한다. 모직을 압축시켜 딱딱하고 두껍게 만든 원단에 선상에서 바람을 막을 수 있도록 깃을 높게 처리한 리퍼칼라가 특징이다.
지난해부터 일본 남성들의 겨울용 캐주얼외투로 선풍적 인기를 끌고있지만 국내서는 남성보다는 여성쪽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있다. "우리나라 남자들은 일반적으로 더블타입을 꺼리는데다 소재도 딱딱한 것보다는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캐시미어류를 좋아해 피코트의 매력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종미 실장의 분석이다.
반면 여성쪽에서는 캐주얼로, 또 여성용 반정장으로 폭넓게 소화되고 있다. 올 겨울엔 특히 발목을 살짝 드러내는 8부 모직 통바지, 혹은 나팔바지와 조화시켜 발랄한 멋을 추구하는 연출법이 유행. 또 정장용 치마 위에 단추를 모두 여민 채 입어 60년대적 복고분위기를 내는 것도 감각적인 스타일링으로 선보이고 있다. 소재는 모직에서부터 코듀로이, 스웨이드, 기모를 일으킨 면 등 다양하게 나왔다.
보머재킷은 비행사 스타일의 재킷으로 폭격기 폭탄투하병들이 입던 군용 외투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봄보'라고 지칭되지만 올바른 명칭은 보머. 지퍼 앞여밈에 탈부착 가능한 모자가 달렸으며 길이는 허리선을 살짝 넘겨 몸에 꼭 붙도록 니트단이 덧붙여진 것이 특징적 디자인이다. 솜을 대 누빈 패딩 점퍼이지만 박음질 선이 안쪽으로 들어가 있어 일반적인 패딩점퍼들과 구분된다.
최근 국내서 인기를 얻고있는 보머재킷은 모자 부분에 라쿤이나 코요테 등의 털을 달아 트렌디한 멋을 더한 제품들이다. 또 엉덩이를 완전히 덮거나 밑단을 니트를 덧대 조이는 대신 직선으로 끊어지도록 그대로 둔 제품 등 변형 스타일들이 많이 나왔다.
'루츠 캐나다' 상품기획실 심상보 실장은 "한동안 노스페이스 등에서 나온 다운점퍼가 인기였지만 디자인이 밋밋해 소비자들이 금방 싫증을 낸다. 보머는 좀 더 활동적인 느낌을 주면서 최신 유행다운 멋을 간직하고 있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한다.
나일론과 면혼방에 방수코팅처리된 제품들이 주류로 짙은 카키색이나 갈색, 회색 등 약간 가라앉은 색상에 광택이 있거나 좀 거친듯한 표면감을 가진 것이 '원조'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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