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섭고 차가운 바람에 어깨가 잔뜩 움츠러드는 시절, 따끈한 전통차 한 잔으로 몸과 마음을 훈훈하게 해보자. 요즘도 겨울건강 유지 차원에서 직접 차를 담그는 가정이 적지 않지만 항상 성공적인 결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서울 인사동에서 10여년간 전통찻집 다예원(02-732-2737)을 운영하고 있는 신용연씨로부터 전통차 맛있게 담그는 법을 알아본다.■구기자
구기자는 예로부터 '불로장생'의 신약으로 알려져 왔다. 구기자나무의 잎을 구기엽, 뿌리의 껍질을 지골피라고 하는데 열매와 함께 모두 약재로 쓰인다. 원기를 강화하는 데 특효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잎과 뿌리 껍질을 제외한 열매를 주로 차의 재료로 쓴다. 먼저 구기자 열매를 찬물에 재빨리 씻는다. 열매의 향기가 달아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주전자에 구기자와 물을 넣고 약한 불에 서서히 끓인다. 약 1시간 정도 끓이면 구기자의 향기와 맛을 모두 우려낼 수 있다. 맛을 조정할 때에는 설탕보다는 가능한 한 꿀을 쓰는 것이 좋다.
당귀, 백작약을 함께 넣으면 보혈에, 두충을 혼합하면 요통 치료에 좋다. 우유나 우유 가공식품과 함께 하면 효험이 감소한다.
■유자차
유자는 감기에 특히 좋은 열매. 간이나 위를 보하는 역할도 한다. 직접 끓이면 떫은 맛이 나기 때문에 반드시 설탕이나 꿀에 숙성시킨 뒤에 물에 타 먹는 것이 좋다. 대부분 껍데기나 알맹이에 붙어 있는 흰 부분을 함께 숙성시키는데 이 부분은 도려내야 향기가 좋고 새콤한 유자차를 만들 수 있다.
유자를 껍질까지 깨끗이 씻어 물기를 제거한다. 얇게 썰어 유리병에 넣고 꿀이나 설탕을 넣어 숙성시킨다. 숙성의 정도는 유자의 수분이 꿀이나 설탕을 완전히 용해했을 정도가 적당하다. 찻잔에 3분의 1정도의 재료를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서 마신다.
껍데기는 썰고 알맹이는 즙을 내서 담그는 방법도 있다. 숙성하는 속도가 빠르고 차가 맑다.
■귤생강차
귤차는 조금 싱겁고 생강차는 다소 역하다. 그런데 귤과 생강이 만나면 둘의 약점을 훌륭하게 보완한다. 이뇨작용을 촉진시키고 감기와 해열에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귤은 유자차를 만드는 방법과 마찬가지로 얇게 썰어 설탕이나 꿀을 넣어 숙성시킨다. 생강은 깨끗이 씻어 껍질을 벗긴 후 가능한 한 얇게 저민다. 주전자에 물과 생강을 넣고 약 30분 정도 끓인다. 숙성된 귤을 찻잔에 약 3분의 1정도 넣고 뜨겁게 끓인 생강차를 붓는다. 간단하게 귤생강차를 마시려면 함께 끓이는 방법도 있다. 귤의 향기가 조금 약해진다.
■모과차
모과는 무기질이 풍부한 알칼리성 과실이다. 특히 모과에 들어있는 각종 유기산은 소화효소의 분비를 촉진시키고 입맛을 돋우는 작용을 한다. 당분이 약 5% 정도 포함돼 있는데 주로 과당의 형태여서 다른 당분보다 혈당의 상승을 막는 효과가 높다.
모과는 '못생긴 것'을 골라야 한다. 동글동글하고 예쁜 것일수록 토종이 아닐 확률이 많고 단맛이나 향기가 떨어진다. 속을 도려내고 4등분해 얇게 썰어 설탕이나 꿀에 잰다. 보통 뜨거운 물을 부어 마시는데 그러면 모과의 진짜 향을 제대로 음미할 수 없다. 차 재료 3분의 1과 물을 주전자에 넣고 한소끔 끓이면 진한 맛이 우러나온다.
단맛을 싫어한다면 모과를 말리는 방법도 있다. 이는 한방에서 쓰는 방법으로 모과의 약효도 높아진다. 과실을 끓는 물에 약 5분간 삶아 햇볕에 말린다. 주름이 잡힐 정도로 말랐을 때 얇게 썰어 다시 햇볕에 말린다. 자흑색으로 변할 때까지 건조시키면 약효가 가장 뛰어나다. 모과와 같은 분량의 물을 넣고 한소큼 끓인 뒤 설탕이나 꿀을 가미해 마신다. 모과를 다룰 때는 철제 그릇을 피해야 한다.
/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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