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박사 학위나 고급자격증 소지자가 너무 많다 보니 취업에 오히려 걸림돌이 돼요." 올 하반기 대기업 공채에 30여차례 지원했다가 서류전형에서 연거푸 낙방한 Y대 석사 출신 L(30)씨의 푸념이다. 그는 석사학위가 취업에 장애가 될 것 같아 최근 4곳에 낸 입사원서에는 아예 학위를 기재하지 않았다. L씨는 "'위장취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허탈한 심정"이라고 하소연했다.1997년 외환위기 이후의 취업난을 피해 국내 대학원과 해외유학길에 올랐던 석·박사 학력의 고급 인력들이 최근들어 구직에 나서면서 L씨 처럼 학력을 속이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5월 국내에서 치러진 미국공인회계사(AICPA)시험에 합격한 뒤, 대기업 30여 곳의 대졸 공채에 지원했으나 번번이 고배를 마신 K대 4년 김모(27)씨. 그는 "친구나 선배들 사이에 '일반 직종에 취직하려면 석·박사 학위나 고급자격증 취득 사실을 숨기고 학사출신 행세를 해야 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채용정보사이트 잡링크(www.joblink.co.kr)가 고학력 구직자 1,326명을 대상으로 조사, 28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응답자의 66%(874명)가 '석·박사 학위나 고급자격증이 채용전형에 방해가 된다"고 답했다. 특히 31%(411명)는 '입사지원서 제출 때 석·박사 학위나 고급자격증 소지사실을 숨긴 적이 있다"고 밝혀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고학력자 취업전선의 이상기류는 기업들의 채용 추세와 무관치 않다. 대다수 기업들이 연구개발(R&D) 부문을 제외한 일반직종의 경우 '가방 끈 긴 사람은 싫다'는 고학력 기피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 최근 대졸 신입사원 공채를 실시한 자동차부품업체 H사와 A제약은 석사학위 이상 소지자를 서류전형에서 일괄 탈락시켰다. L건설은 대졸 공채에 몰린 공인회계사 전원을 배제하기도 했다.
/김성호기자 s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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