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는 공식 선거기간이 시작되기 직전인 26일 밤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여론조사를 실시해 보도했다. 본보 여론조사 기획·자문교수인 연세대 김주환(金周煥) 교수는 그 결과를 재분석, 이번 대선은 세대 대결이 핵심 요인이 될 것이며 근소한 표차로 승부가 엇갈릴 것으로 예측했다. /편집자주
이번 대선에서는 세대간의 차이가 가장 핵심적인 요인이다. 지역 감정이나 진보·보수 대결 등도 중요하지만 연령·세대별 차이만큼 분명한 경향을 보이진 않는다. 더욱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의 양강 구도 정착으로 젊을수록 노 후보, 나이가 들수록 이 후보를 선호하는 경향은 뚜렷해지고 있다.
26일의 여론조사를 16일 조사 결과와 비교할 때 20·30대의 이 후보 지지율은 40%에서 27%로 감소했고, 노 후보 지지율은 45%에서 55%로 상승했다. 한편 투표참여 의향은 젊을수록 소극적이고, 나이가 들수록 현저히 적극적인 경향을 띠었다. 따라서 단순지지율만으로 어느 후보가 유리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번 대선의 총유권자는 약 3,500만명이다. 이번 조사에서 "반드시 투표할 것"이라고 응답한 적극적 투표 의향층은 74.1%였다.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투표 참여 의향층은 늘어나게 마련이므로 실제 투표율은 80% 내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연령대별 투표 참여 의향과 지지도를 바탕으로 현재 두 후보의 득표력을 대략이나마 추산해볼 수 있다. 현재의 지지율대로라면 이 후보는 전체 예상 유효투표 약 2,590만 표 가운데 1,0 62만5,000표(40.1%), 노 후보는 1,102만4,000천표(42.5%) 정도를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대중(金大中) 후보가 1,032만표(40.3%), 이회창 후보가 993만표(38.7%)를 얻은 15대 대선 때와 비슷하다.
물론 이런 추산은 26일의 여론조사 결과에 근거한 것으로 23일의 조사에 비해 두 후보의 지지도 격차가 크게 줄어드는 등 변화 흐름을 제대로 반영할 수 없다는 점에서는 실제 선거 결과는 다를 수 있다. 그래도 이번 대선이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박빙의 승부가 되리라는 점은 예측할 수 있다.
세대 차이가 중요한 요인이고, 근소한 표차로 승부가 날 것이라는 예측은 작은 쟁점이라도 얼마든지 선거 결과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전망으로 이어진다. 대표적인 예가 최근 관심을 끌고 있는 미군 장갑차 여중생 압사 사건이다. 대미 관계를 보는 세대간의 입장과 느낌의 차이는 상당히 크게 나타나고 이념 성향의 보수·진보와도 뚜렷한 상관 관계가 있다.
이번 조사에서 81.3%가 "사건을 계기로 적극적으로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응답해 "가슴 아프지만 대미 관계 해치지 않게 조용히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응답(15.3%)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특히 주로 노 후보 지지층인 20·30대, 화이트칼라, 대학 재학 이상의 학력층에서더욱 높게 나타났다. 반면 "조용히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의견은 주로 이 후보 지지층인 60세 이상, 농·임·어업 종사자, 중졸 이하 학력층에서 상대적으로 많았다.
미군 병사 두 명의 무죄 평결은 20일과 22일에 있었다. 이 시점부터 맞대결에서 노 후보가 이 후보에 대해 우위를 보이기 시작했다. 국민통합 정몽준(鄭夢準) 대표와의 후보단일화 효과인 '단풍(單風)'이 영향이 크게 작용한 시점이지만 여중생 사건과 관련한 국민감정, 즉 '미풍(美風)'도 노 후보 지지 상승의 중요한 요인이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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