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여의도 민주당사 3층 회의실에선 이상수(李相洙) 선대위 총무본부장 주재로 선거자금 예산안을 심의하는 회의가 열렸다.선거 관련 예산안을 확정, 배정하는 자리였다. 선거전이 시작되고 하루가 지나 뒤늦게 예산을 확정하는 회의가 열린 것은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앞뒤가 바뀐 일. "후보단일화 전에는 자금난이 심각해 예산안 짜기조차 힘들었는데 단일화로 노무현 후보의 지지도가 뜨면서부터는 돈이 돌기 시작해 뒤늦게 예산안 회의를 가질 수 있었다"는 게 선대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로 자금 문제를 담당하는 민주당 관계자들은 이날 하나같이 밝은 표정으로 "분명히 체감할 수 있을 만큼 사정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해찬(李海瓚) 선대위 기획본부장은 "직접 돈 구경은 못해 봤지만 이제 돈을 꿔주겠다는 사람은 확실히 있다"며 웃었다. 그는 "단일화 전에는 선거가 시작되면 어차피 선관위에서 270억원 정도 보조금이 나오게 돼 있다며 외상으로 하자고 해도 좀처럼 통하지 않았는데 단일화가 된 다음에는 외상거래가 잘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당직자는 "선관위에서 국고보조금이 나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언론사들조차도 단일화 전에는 광고비를 모두 현찰로만 달라고 해 애를 먹었다"고 토로했다.
한 선대위 본부장은 "단일화 전엔 본부장들이 개인적으로 매달 2,000만원씩 내서 자기 부서를 운영했고 개인적으로 카드도 많이 쓰다 보니 한도를 넘어 새로 카드를 만든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회의에서 아무 거리낌없이 당에 1억원만 달라고 했는데 단일화전 같으면 생각도 못했을 일"이라고 덧붙였다.
/신효섭기자 h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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