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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은행의 카드빚 떠넘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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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은행의 카드빚 떠넘기기

입력
2002.1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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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빚 많은 당신, 떠나라!"얼마 전까지만 해도 카드에서 금맥(金脈)을 캐겠다며 난리법석을 떨었던 금융기관들이 이젠 '카드고객 내몰기'에 정신이 없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연체율과 이에 따른 영업손실을 막기 위해 약간의 부실조짐이라도 있는 카드는 고객들로부터 도로 뺏어가고 있다.

길거리 모집이다 뭐다 해서 소득도 없는 미성년자 등에게 무차별적으로 카드를 남발하던 모습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28일 국내 최대의 '리딩뱅크' 국민은행이 내놓은 카드 비상대책 역시 '불량회원의 카드는 가차없이 회수하겠다'는것이 핵심이다. 국민은행은 현금서비스를 3군데 이상에서 받고 있는 속칭 '돌려막기' 고객 40만명을 '잠재 불량고객'으로 분류, 이들이 카드대금을 한번이라도 연체하면 아예 카드사용을 못하도록 할 계획이다.

국민은행 관계자의 설명대로 이러한 조치는 "카드부실의 근원을 뿌리째 뽑기 위한 불가피한 자구책"이라고 할 수도 있다. 너나없이 카드장사에만 매달렸던 금융기관들이 뒤늦게 나마 '리스크 관리'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어서 다행이기도 하다.

하지만 카드부실은 은행들이 고객에 대한 신용분석도 제대로 하지않은 채 무분별한 돈장사를 하다 야기된 '신용위험'이다. 그런데도 갑자기 태도를 바꿔 모든 신용불량자에게 은행 문을 닫아버리는 것은 책임을 고객에게만 전가하는 무책임한 행동이다.

더욱이 대부분 은행과 카드사들이 비슷한 조치를 취할 경우 갑자기 돈줄이 막힌 수십만명의 고객은 신용불량자로 전락해 끝내 사채시장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우려했던 '개인파산사태'가 현실로 나타나는 것이다. 금융기관들이 당장의 난국을 모면하기 위해 '신용난민' 을 양산할 경우 그 부작용은 결국 제도 금융권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변형섭 경제부 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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