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버러스 컨소시엄이 풍부한 자금력을 무기로 조흥은행 인수에 적극성을 띠기 시작하면서 조흥은행 인수전이 혼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내심 신한 컨소시엄의 조흥은행 인수를 기대해왔던 정부는 '서버러스 변수'의 파괴력에 주목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28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정부는 내주 초 신한 컨소시엄, 서버러스 컨소시엄, ABN암로 등 인수 후보들로부터 입찰 제안서를 받아 1주일 가량 검토 작업을 벌인 뒤 다음달 11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매각소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할 계획이다.
정부가 '밀약설' 등의 의혹을 잠재우기 위해 매각소위 상정과 동시에 인수 후보들이 제시한 인수 조건을 상세히 공개하겠다고 밝힌 만큼 가격 조건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을 전망.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가격 조건의 우월이 공개된 상황에서 경영 능력이나 합병 후 융합 가능성 등 다른 비계량적인 요인들을 이유로 결과를 뒤집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문제는 현재 순수한 가격 경쟁력만 놓고 볼 때 신한 컨소시엄 보다 서버러스 컨소시엄이 더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는 점. 신한측이 경영권 행사를 위해 워버그핀커스 등 참여 펀드의 지분을 일정 규모 이하로 유지하려고 하는 반면, 제일은행 대주주인 뉴브리지캐피털, 일본 신세이(新生)은행 등과 손을 잡은 서버러스 컨소시엄의 가장 큰 무기는 풍부한 자금력이기 때문이다. 조흥은행 임직원들도 신한은행과의 합병 보다는 서버러스에 인수된 후 제일은행과 합병하는 편에 더 우호적이라는 점도 힘을 실어주는 요인이다.
정부는 겉으로는 "국제 입찰 관행에 따라 투명하게 매각을 진행하겠다"고 밝히면서도 내심 부담감을 감추지 못하는 눈치다. 신한측이 높은 가격을 써낸다면 고민의 여지가 없겠지만, 반대로 서버러스측이 높은 가격을 제시할 경우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 정부 한 관계자는 "뉴브리지캐피털에 제일은행을 매각한 이후 상당한 곤욕을 겪은 처지에 조흥은행까지 동일 투자 펀드에 넘기는 것은 상당한 위험이 뒤따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서버러스측의 가격 조건이 좋을 경우 우선협상대상자를 1곳이 아닌 2곳으로 선정해 추가 협상의 여지를 남겨놓을 가능성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계 고위 관계자는 "가격 조건이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면 우선협상대상자를 2곳으로 선정할 가능성이 크다"며 "하지만 서버러스의 조건의 월등히 좋다면 매각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내다봤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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