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근(許元根) 일병 사망 원인을 둘러싸고 국방부와 대통령 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정면 충돌했다. 특히 국방부 특별조사단이 "의문사위가 사건을 날조·조작했다"고 비난하자, 의문사위가 즉각 기자회견을 열어 반박하는 등 감정대립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관련기사 10면■'타살은 날조·조작된 것'
국방부 특조단(단장 정수성·鄭壽星 육군중장)은 28일 오전 허 일병 사망사건에 대한 최종 조사결과 발표를 통해 "3개월동안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원점에서 재조사한 결과 허일병은 중대장 전령업무에 대한 심적 부담 등으로 자살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의문사위의 9월10일 "허일병이 타살됐다"는 조사발표를 완전히 뒤집는 것이다.
특조단은 이어 "의문사위는 9월 현장검증에서 허일병의 키(181㎝)를 고려치 않고 키 작은 대역을 쓰고, 각본에 짜맞추기 위해 참고인들에게 강압과 유도심문을 했다"고 주장했다.
특조단은 또 "사고 당일인 1984년 4월2일의 각종 부대기록을 분석한 결과 오전 10시에서 11시 사이 모두 3발의 총성이 청취 됐다"며 "당시 노모 중사가 내무반에서 허일병을 쏘지 않았고 제3자에 의한 타살도 없었다"고 말해 노 중사의 오발탄에 허일병이 맞았다는 의문사위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특조단은 이에 그치지 않고 타살로 증언한 참고인 2명에게 지급될 보상금 3,000만원도 국가에 반납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타살로 날조·조작함으로써 군의 명예를 훼손하는 중대한 과오를 범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군 수사는 오류와 모순 투성이'
이에 대해 의문사위는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의문사위는 이날 오후 "특조단이 오류와 모순 투성이인 당시 군 수사결과를 앞세워 의문사위 조사결과를 반박하는 데만 매달렸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의문사위는 "허일병이 손을 바꿔가며 M16으로 세발을 쏴 자살할 수 있는가 하는 상식적 의문에 대해서도 특조단은 제대로 해명하지 못했다"며 "특조단이 현장검증에서 허일병보다 키가 작은 대역을 썼다는 등 지엽말단적인 부분을 들어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문사위는 "특조단의 발표대로 허일병이 중대장의 만행을 고발하기 위해 자살했다면 이는 군내 민주화 운동으로 인정할 수 있기 때문에 차기위원회가 내년 3월 활동을 재개하면 재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혀 재조사 결과가 주목된다.
그러나 국방부는 "허일병사건은 민주화운동 의문사가 아니기 때문에 의문사위가 재조사에 나서서는 안된다"고 제동을 걸고 있어 적지 않은 진통과 대립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김정호기자 azu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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