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국환 산업자원부 장관이 청와대로부터 두 번째 경고를 받았다. 두 번 모두 정치적 성격의 모임에 참석함으로써 중립내각의 의지를 흐트렸다는 것이다. 즉각적인 조치이기는 하지만, 경고로 그치기에는 미흡한 점이 있다. 아무리 대통령의 임기 말이라 해도 현직 장관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두 번씩이나 똑 같은 잘못을 저지른 것은 분명 경고로 그칠 일이 아니다. 비록 3개월짜리 장관이 탄생하는 일이 있더라도, 일벌백계 차원에서 엄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알려진 대로 신 장관은 지난 7월15일 자민련 김종필 총재와 이한동 전 국무총리가 만나는 저녁자리에 참석했다가 물의를 빚은 적이 있다. 그 때도 신 장관은 자신의 분별없는 처신에 대해 '개인적인 인연'을 들어 변명했다. 그리고 26일 박태준 전 국무총리가 주재한 모임에 참석하고도 또다시 "박 전 총리는 오래 전부터 모시던 분"이라며 개인적인 인연을 내세웠다. 박 전 총리는 이미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지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으며, 이날의 모임에는 서청원 대표를 비롯해 한나라당과 자민련 인사들이 다수 참석했다. 삼척동자도 어떤 성격의 모임이라는 것을 뻔히 알았을 터인데, 굳이 신 장관이 이 자리에 참석한 것은 분명히 다른 뜻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공직사회는 정치권 줄대기로 인해 기강이 심각한 수준으로 해이해져 있다. 중요한 결정을 다음 정부로 미루는 것은 으레 그런 것으로 치부하고, 패를 갈라 자신에게 유리한 대선후보에게 온갖 방법으로 줄을 대려고 안달이라고 한다. 그런 마당에 공공연한 정치권 줄대기의 모습으로 보이는 현직장관의 행위를 그냥 경고로 그친다면, 공직사회 기강은 더 이상 바로 잡을 수 없다. 청와대는 스스로 누차 강조해 온 바 대로 중립내각의 면모를 확실하게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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