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유괴한 범인의 논리는 이렇다. 경찰에 알리지 않고 협조를 하게 되면 아이는 무사히 돌아온다. 아이는 그저 하룻밤 맘껏 TV를 시청한 것으로 생각할 뿐이다. 나를 해치지는 마라. 그것은 곧 아이가 위험해지는 걸 의미한다.'트랩트(Trapped)'는 다섯번 유괴에 성공하고 여섯번째 유괴에 나선 범인과 부모의 대결을 그렸다. 남자 둘이 여자 아이 에비(다코타 페닝)를 유괴, 한 남자가 아이를 데리고 사라진다. 히키(케빈 베이컨)는 집 안에 남아 아이 엄마 캐런(샤를리즈 테론)과 협상을 시작한다. 200만 달러를 다음 날 아침까지 남편의 계좌로 입금하면 다른 범인이 그 돈을 찾고 아이는 그 때 돌려준다는 것이다. 아이와 엄마는 24시간 동안 인질로 잡혀있는 셈.
부유한 부모들이라면 이런 제안에 순순히 응하겠지만 문제가 있다. 에비는 심각한 천식환자. 담요가 풀썩거려도 심각한 발작을 일으키는 에비를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캐런은 완강히 반발하고, 완벽한 사전 준비를 자랑하던 히키 역시 당혹해한다. 학회에 참석한 남편 윌(스튜어트 타운젠드)에게도 또 한 명의 범인이 따라 붙었다. 히키의 아내 셀리(코트니 러브)는 윌에게 접근, 통장으로 돈이 입금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영화는 집착증 환자 같은 히키와 딸을 지키려는 캐런 사이의 갈등이 골간을 이룬다. 히키는 아이의 생명을 담보로 캐런의 육체마저 탐하려 하고, 캐런은 남편의 수술칼로 남자의 대퇴부를 그어 버린다. 그러나 "30분에 한 번씩 통화하지 않으면 아이는 죽는다"는 히키의 협박에 결국 캐런은 그의 상처를 치료해야 하는 처지.
인질범에 대한 극한 분노와 부모로서의 약한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는 캐런이나 윌에 대한 원한으로 유괴를 시작한 히키의 캐릭터는 스릴러의 매력을 배가시킬 만큼 꽤 매력적이다. 후반부에 드러나는 윌과 히키의 원한 관계 역시 드라마를 더욱 탄력적으로 만든다.
그러나 아이를 인질잡힌 부모답지 않게 공격적인 윌과 캐런의 행동을 아이의 천식만으로 설명하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해 보이고, 셀리가 남편을 버리고 윌을 돕게 되는 결말 역시 해피 엔딩을 염두에 둔 무리수로 읽힌다. 감독은 '남자가 사랑할 때' '병 속에 든 편지'의 루이스 만도키. 29일 개봉, 18세 관람가.
/박은주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