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가 주식시장의 역사를 새로 쓴다.'증권거래소는 내년 첫 거래일인 1월 2일부터 하이닉스 주권의 매매단위를 10주에서 1,000주로 상향 조정키로 했다고 27일 밝혔다. 내년 1월 하이닉스 채권단 보유물량(35억주)의 매각 제한이 풀리면서, 엄청난 양의 주식이 시장에 추가로 쏟아져 매매체결 지연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현재 하이닉스의 총 상장주식수는 거래소 전체(261억2,000만주)의 20.1%인 52억3,997만주로 거래소에서 가장 많다. 유통주식수는 매각제한 주식(35억주)을 제외해도 17억3,000만주에 달한다.
■거래량, 호가 폭주 대비한 비상조치
거래소측은 "하이닉스의 호가 폭주로 매매체결이 지연되는 사태가 여러 차례 발생한데다, 내년 매각제한이 풀려 거래가 폭주하면 전산시스템이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 재연될 것으로 보여 긴급조치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거래소는 매매단위가 1,000주로 확대될 경우, 호가건수가 약 33%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올해 안에 감자 등 주식수를 대폭 축소하는 조치가 나올 경우 매매단위를 조정하지 않을 방침이다. 거래소는 매매 체결시스템의 성능 향상을 위해 이미 종목 당 처리가능 호가건수를 50만에서 100만 건으로, 분당처리 한계치를 1,300건에서 3,000건으로 확대했다.
내년부터 매매단위가 확대되면 하이닉스의 최저 매매금액은 450원(27일 종가)에 1,000주를 곱한 45만원이 된다. 지금은 450원에 10주를 곱한 4,500원으로 하이닉스를 사고 팔 수 있다.
거래소시장의 평균 주가는 1만3,079원(10월말 기준)으로, 시장평균 최소 매매금액은 약 13만원이다. 거래소의 건 당 평균 거래량은 1,000주, 평균 거래금액은 320만원. 따라서 매매단위를 1,000주로 확대해도 매매에 불편을 줄 정도는 아니라는 게 거래소측의 분석이다.
■1,000주 미만 보유자 주의해야
내년부터 매매단위가 100배로 늘어나기 때문에 단주(1,000주 미만) 보유자는 정규시장에서 주식을 사고 팔 수 없다. 따라서 정규시장 거래를 원하는 투자자는 올해 안에 수량을 1,000주로 맞춰야 한다. 다만 거래소의 시간외종가 매매시장이나 장외시장에서 단주를 처분할 수 있다. 또 증권사에서 고객들이 보유한 단주를 모아 1,000주 단위로 매매하는 방법도 있다.
거래소 신풍호 주식시장부장은 "현재 하이닉스 주식을 1,000주 미만 보유한 투자자는 1,000주 단위로 수량을 맞춰야 내년부터 정규시장에서 처분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하고 사전에 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듯
전문가들은 이번 매매단위 상향 조치로 하이닉스에 몰리는 '단타(短打)매매'가 크게 줄어들겠지만,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매매단위 확대로 단타매매는 줄어들겠지만, 기업 펀더멘털(실적, 재무구조 등 기초체력)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만큼 주가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일부에선 하이닉스가 워낙 초저가주인데다 채권단 보유지분까지 풀릴 경우 절대적인 유통물량이 확대돼 투기성 단타매매가 쉽게 사그러들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하고 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