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행위) 신고전화가 끊이질 않아요. 아무래도 전문 신고꾼들이 활약하고 있는 것 같아요…."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 김모(51)씨는 요즘 신고전화를 받느라 눈 코뜰 사이가 없다. 대통령 선거 열기가 달아오르기 시작한 일주일 전부터 중앙선관위로 걸려오는 부정선거행위 신고건수만도 하루 100∼200건에 달하고 부정선거행위 적발·신고방법을 묻는 엉뚱한 질문도 적지 않기 때문. 김씨는 "4∼5명 정도는 전화를 하도 자주해 목소리가 귀에 익을 정도"라고 전했다. 또 다른 직원 안모(42)씨도 "'어떤 신고를 해야 더 많이 주느냐'고 묻는 노골적인 질문도 서슴지 않는다"며 혀를 내둘렀다.
■활동 시작한 표파라치들
제16대 대선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부정선거행위 신고 포상금을 노린 일명 '표(票)파라치'들이 곳곳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특히 내년부터 교통법규위반 신고 보상금제도가 폐지됨에 따라 상당수 카파라치들이 '표파라치'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어 각 후보 진영을 긴장케 하고 있다.
최근 대학 졸업후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최모(25·서울 성북구)씨가 대표적인 예. 최씨는 취업의 꿈을 당분간 접고 아침에 일어나면 선거운동 현장을 둘러본 후 음식점 등을 뒤진다. 은밀한 향응을 적발해내기 위해서이다. 최씨는 "발품을 열심히 팔면 용돈 정도는 충분히 벌 수 있을 것 같다"며 "공명선거에도 일조하는 것 같아 보람도 느낀다"고 말했다.
카파라치 활동을 해 온 이모(34)씨는 "부정선거행위 포상금 제도는 20여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목돈을 챙길 수 있어 구미가 당기는 편"이라며 "카파라치 대부분이 선거운동 감시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이 활동에 나서면서 중앙선관위에는 신고전화 뿐 아니라 이메일 신고도 하루 200∼250건에 달하고 있다.
■최고 1,000만원, 부작용 우려도
우리 나라에 이 제도가 처음 도입된 것은 2000년 16대 총선부터. 선관위의 한정된 인원으로는 부정선거 단속에 한계를 느꼈던 데다, 자발적인 신고를 하고도 후보나 선거운동을 하는 사람들로부터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는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 특히 최고 30만원에 불과했던 포상금이 2002년 지방선거 때부터 최고 1,000만원으로 늘어나면서 관심이 커졌다.
그러나 부작용을 우려하는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고려대 박길성(朴吉聲·사회학) 교수는 "자칫 전문 신고꾼들이 늘어나면 사행심만을 조장하게 될 것"이라며 "선관위는 외부에 기댈 것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감시 인원 및 선거 전문가 증원, 세밀한 네트워크 구성 등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중앙선관위 문상부(文相富) 조사과장은 "선거신고꾼은 전문화할 경우 오히려 신원이 각당 선거운동원에게 노출돼 추가 신고가 어려워지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선거 파파라치'에 대한 염려는 기우"라고 반박했다.
/정원수기자 nobleliar@hk.co.kr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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