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내년부터 학생들 글을 고쳐주는 '글쓰기클리닉'을 운영한다. 생각을 논리적으로 엮지 못하고 비문(非文)과 잘못된 표현이 뒤섞인 글을 써내는 학생이 늘어, 클리닉을 시작하고 글쓰기센터도 세울 것이라 한다.어느 학생이 써냈다는 "코스모스 향기, 농부들의 땀내음이 가득한 고향이 그립다"는 비문은 아니지만 좋은 문장이 아니다. '코스모스 향기'라는, 현실감과 관계없는, 관념으로 짜맞춘 표현이 들어있다. 학생들은 생략해서는 안될 문장요소를 곧잘 생략하는데, "인간은 자연을 지배하기도, 복종하기도 한다" 같은 문장은 '자연에'를 생략해, 비문법적이 된 문장이다.
많은 미국대학은 글쓰기센터를 운영한다. 서울대 김광해교수에 따르면 인터넷에서 찾아지는 센터만 99년에 300개가 넘었다. 그 센터들은 국립문장실험실(http://departments.colgate.edu/diw/NWCA.html)이라는 연합체도 결성했다. 인터넷으로 글쓰기를 지도하는 온라인실험실(on-line writing lab)을 대부분 두기도 했다.
그 글쓰기센터가 지도하는 사항에는 아이디어 찾기, 글의 탄탄한 구조짜기, 논거제시방법 등 고급 글쓰기에 필요한 사항이 포함된다. 대학졸업생은 누구나 지적활동을 할 것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훈련방식으로는 글이나 문장을 요약하기가 활용된다. 독해력도 높이고 짧은 시간 안에 훈련이 가능한 때문이다.
우리 대학에 글쓰기센터가 없었던 때문일까. 언론에 잘못된 요약하기가 한창이다. 예를 짚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엔 RMJ연합?' 제목의 한 신문 칼럼은 후보단일화TV토론을 본 후 노무현, 정몽준후보는 이념이 다르며 노후보 색깔은 알 수 없다고 말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썼다. "노후보는 남북한을 다같이 '분열세력'이라고 보았고, 정후보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옹호하는 입장이었다." 그 글만 보면 노후보는 색깔이 이상하다. 그러나 그 TV토론을 확인해 듣고(www.tvroh.com/) 그 부분 노후보 발언을 요약하면 다음이 맞다. "남북한은 분열정권이었다. 이 평가는 남한정부를 정통성이 있는 민주정부라 보는 것과는 별개로 냉전논리를 벗은 민족적 관점에서 보는 것이다."
본격화한 대선전에서 색깔시비는 후보도, 국민도 소모적으로 양분한다. 시비의 연장선에서 보수언론이 교묘히 이용하는 말장난에는 잘못된 요약하기, 악의적인 단어로 바꿔쓰기가 들어있다. 언론은 '수구'처럼 '좌'도 조심해서 써야 한다. 유권자는 말장난을 지켜본다.
/박금자 편집위원 par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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