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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주 기자의 컷]꿈을 인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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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주 기자의 컷]꿈을 인질로?

입력
2002.1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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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홍보사 A. 지난 여름 개봉한 영화를 위해 1년간 홍보에 매달렸다. 영화를 알리기 위해 밤샘 작업도 밥먹듯 했다. 대행비를 받는 대신 지분 참여를 했는데 영화가 망하는 바람에 일년 노력이 헛고생이 됐다. 계약이니 어쩔 수 없다. 홍보물에 들어간 인쇄비, 배송비 등 500여만원의 진행비마저 영화사로부터 받지 못했다. 또 다른 홍보사는 개봉 성적이 예상에 못미쳤다며 제작사가 아예 1,500만원의 홍보 대행료를 줄 생각을 하지 않고 있어 속앓이하고 있다.영화 홍보사의 직원 B씨. 직장을 그만두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다. 2년 내에 이직하지 않을 것이며 그만 둘 경우 몇 개월치 월급을 반납해야 한다는 각서를 쓰고 입사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홍보사 직원 C씨. 최근 새로 생긴 홍보사에 입사했는데 월급의 20%를 매달 회사에 적립한다. 1년 정산 후 회사에 이익이 나면 이 돈을 돌려주고, 그렇지 않으면 회사로 귀속된다.

누군가는 영화사 혹은 영화 홍보사 직원을 '불나방'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언젠가 번듯한 영화 제작자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입사한 '영화소녀, 영화 소년'들. 하지만 이 중 대부분이 저임금의 구조에 몸을 태우고 소리없이 사라지고 만다.

문제는 영화가 수익을 내지 못할 경우 손해를 보는 사람이 정해져 있다는 것. 주로 영화 홍보사나 광고대행사는 영화가 흥행하지 못할 경우 단골로 돈을 떼먹힌다. 그러니 재정이 어려운 홍보사들은 영화인이 되겠다는 꿈에 부푼 젊은 직원(주로 여직원이 많다)의 주머니를 터는 방식으로 나름의 '수익 보존' 룰을 세우고 있다. 톱 스타의 몇 억 캐런티는 한 푼도 빠짐없이 입금된다.

약자가 더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구조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익숙하다. 그러나 "한국영화가 죽으면 문화가 죽는다"며 목소리를 높여온 우리 영화계의 착취 구조는 노골적이다. 특별히 성공해도 추가 보너스는 없지만 흥행에 실패해도 직배사들은 "줄 것은 반드시 주기 때문"에 홍보사의 기본수익원은 바로 이들이다. 우리 영화가 산업으로 제대로 대접받으려면 꿈을 인질로 잡는 저열한 구조가 깨져야 한다.

전국에서 모여든 영화 소녀, 소년들의 아우성이 들리는 듯하다. "제 노동의 대가, 정당하게 받고 싶어요"(서울 버전) "으메 거시기 참말로 확!"(전라도 버전) "배째삐까?"(경상도 버전)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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