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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눈가림식 연체율 낮추기

입력
2002.1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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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들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연체율을 잡기 위해 연체자산을 아예 손실로 떨어내는 '제살깎이'식 대손상각(貸損償却)에 너도나도 매달리고 있다. 부실채권을 상각처리하면 당장 연체율을 낮추는 눈가림 효과는 있지만 실질적으론 영업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채권 회수 의지를 떨어뜨리는 등 도덕적 해이마저 조장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27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LG·삼성·국민·외환 등 9개 전업 카드사들이 올들어 3·4분기까지 연체자산을 전액 손비로 처리(대손상각)한 규모는 총 2조5,000억원 대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1년 한해 동안의 카드업계 대손상각액(누계)보다 이미 두 배나 증가한 규모다.

지난 한해 동안 총 3,800억원을 상각처리한 삼성카드는 대손상각액이 올 9월말까지 6,364억원에 달했고, 지난해 4,886억원을 상각한 LG카드는 7,000억원을 넘어섰다. 외환카드는 지난해말(1,446억원)보다 3배나 많은 4,005억원을 상각처리했으며 현대카드의 경우 9월말 현재 지난해 누계(117억원)의 두배 가까운 200억원을 대손상각을 통해 떨어낸 것으로 나타났다.

대손상각액이 이처럼 폭증한 이유는 부실자산이 그만큼 늘어난 탓도 있지만 카드사들이 연체율을 낮추기 위해 어느 정도 회수가 가능한 연체자산까지 모조리 손비처리했기때문이다. 실제로 카드업계에선 대손상각액까지 포함할 경우 주요 우량카드사의 연체율도 10%대를 훨씬 초과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카드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연체율이 높은 카드사에 대해 각종 불이익을 주고 있는데다 연체율이 높으면 신용등급이 떨어져 자금조달 자체가 어렵기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연체율을 낮춰야 할 상황"이라며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대손상각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대손상각이란 채무자의 상환능력이 없거나 사실상 회수가 불가능한 채권을 손비로 처리하는 것이지만 카드사들이 오로지 '연체율 관리'를 위해 종전보다 조건을 느슨하게 해 마구잡이로 상각처리액을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상당수 카드사들이 최근 몇 년 사이에 벌어놓은 돈을 대손상각에 쏟아 부으면서 연체율 상승세는 꺾였지만 적자는 계속 누적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일단 상각처리한 채권은 '특수채권'의 형태로 신용정보회사 등에 팔아 넘기는 경우가 많다"며 "채권 회수노력이 사실상 중단되기 때문에 카드사나 고객 모두에게 도덕적해이를 유발할 우려도 크다"고 지적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 대손상각이란

채무자의 파산이나 행방불명 등으로 인해 사실상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된 채권을 기업회계기준에 따라 전액 손실로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금융기관은 개인고객이나 기업에 빌려준 여신을 채무자의 신용도나 연체정도 등에 따라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의 5단계로 분류, 떼일 경우에 대비해 단계별로 일정비율의 대손충당금을 쌓는다. 대손상각은 이 가운데 회수의문이나 추정손실 단계의 여신을 재무제표상 전액 손비로 처리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 따라서 문제 채권에 대해 상각처리를 많이 할수록 연체율은 낮아지지만 순이익은 줄어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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