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미군들은 모두 책임이 없을까.'미군 궤도차량 여중생 사망사건 무죄평결 파문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사고 현장에 있었던 미군 병사가 '지휘관의 치명적인 과실'을 폭로하고 나서 이번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이 병사의 주장은 상당부분 신빙성을 갖고 있어 두 병사만을 기소한 미군 검찰의 행위는 '사고 무마를 위한 물타기'라는 비난과 도의적 책임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군 검찰 수사 문제점 드러나
현재 미 워싱턴주에서 근무중인 조슈아 C. 레이 상병은 22일자 미군 소식지인 '성조지(Stars and Stripes)'에 쓴 글에서 "당시 지휘관인 메이슨 대위가 2차선인 문산 우회도로 대신 양주의 좁은 국도를 선택했고 운전병 대부분이 사고 당일까지 사흘간 5시간 밖에 자지못한 것이 참극의 원인"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메이슨 대위가 이동 전 사병들의 피곤하다는 호소를 묵살했다"고 덧붙였다. 레이 상병은 당시 사고차량의 앞 궤도차량을 운전했다.
레이 상병의 주장이 맞다면 이미 드러난 미군 검찰의 자체조사 및 기소과정의 문제점은 더욱 부각될 수 밖에 없다. 미군 검찰은 예비신문 결과 통신장비에 이상이 없었던 것으로 결론짓고 두 병사만을 기소했다.
그러나 8월초 서울지검 의정부지청은 "통신장애가 사고의 주원인"이라고 발표, 미군 검찰의 주장을 뒤집었다. 두 사병에게만 과실을 물을 수 없는 기묘한 상황이 벌어진 것. 그런데도 18일부터 시작된 공판에서 미군검찰은 통신장비 결함을 문제삼은 변호인측의 주장을 반박하지 못해 유죄평결 도출에 실패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지휘관의 책임과 혐의를 은폐하기 위해 통신장비 결함을 묵인한 의혹이 짙다"고 주장했다.
■ '장비 점검, 안전교육 안해'
지휘관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정황은 재판과정에서 속속 드러났다. 검찰측 증인으로 나섰던 미 육군범죄수사대(CID)의 클리벡 수사관은 "애당초 기소돼야 할 피고인은 차량 통솔 책임자인 메이슨 대위"라고 언급했다. 분대장 그렌디네티 하사는 "대열 맨 앞 차량에 탑승한 메이슨 대위는 통신장비 점검은 물론 훈련 전 안전교육도 실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휘관 책임을 인정하는 증언인 셈이다.
재판의 전 과정을 지켜본 법무부 관계자 역시 "기소되지도 않은 메이슨 대위를 피고인인 것 처럼 몰아갔고, 이런 분위기 때문에 사병의 유죄 평결을 기대하기가 힘들었다"며 "메이슨 대위 처벌도 흐지부지되고 말았다"고 회고했다.
여중생 사망사건 범국민대책위원회 등 시민단체들은 "메이슨 대위에 대한 기소는 물론 증인 채택도 이뤄지지 않은 것은 재판이 요식행위에 불과함을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라며 메이슨의 추가 기소를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메이슨 대위에 대한 미군 검찰의 추가 기소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힘들어 보인다. 이장희(李長熙) 한국외대 교수는 "6월말 주한미군 법무감실과 한국 법무부의 합의시 미군측은 메이슨 대위의 과실에 대해 아무런 통보도 하지 않았다"며 "한·미 검찰의 수사가 재개되지 않는 한 추가 기소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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