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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야 사는 드라마?/ KBS "고독" SBS "흐르는…" 또 불치병 걸린 주인공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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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야 사는 드라마?/ KBS "고독" SBS "흐르는…" 또 불치병 걸린 주인공 등장

입력
2002.1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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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소암 백혈병 교통사고 뇌종양…. 의학드라마 소재가 아니다. 트렌디드라마 가족드라마 가릴 것 없이 요즘 드라마 주인공은 일단 극단적인 병이나 사고에 걸린다. "또 죽이느냐"는 말이 절로 나온다.KBS 2TV 월화드라마 '고독'(극본 노희경, 연출 표민수)은 40대 여자와 20대 남자의 사랑 이야기로 관심을 끌었으나 최근 여주인공 경민(이미숙)이 시한부 인생을 사는 것으로 결론 났다. 난소암 수술은 성공했으나 암세포가 완전히 제거되지 않아 3∼6개월밖에 살지 못하게 된 것. "그 동안 너무 바보같이 살았다. 이제부터는 즐기면서 살겠다"는 경민의 말도 이 같은 진부한 설정 때문에 크게 감동적이지 않다.

우리시대 아버지의 자화상을 그리고 있는 SBS 주말드라마 '흐르는 강물처럼'(극본 김정수, 연출 이영희)은 설정부터 주인공이 병에 걸린 것으로 돼 있다. 50대 가장 역을 맡은 주인공(장용)이 건강진단 결과가 나온 2일 첫 방송에서 의사로부터 "일을 당장 그만두라"는 말을 들었다. 아직 구체적인 병명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극단적 죽음을 전제로 해서 드라마를 이끌어가겠다는 의도는 뻔한 셈이다.

13일 종영한 SBS 수목드라마 '정'(극본 장영철, 연출 정세호) 역시 난소암 말기 판정을 받은 여주인공 미연(김지호)이 수술대에 오르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평소 시청률보다 3%포인트 높은 18%로 막을 내렸지만 극단적 설정에 대한 비판도 높았다. KBS 2TV 주말드라마 '내 사랑 누굴까'(극본 김수현, 연출 정을영)의 경우 여주인공 고은(명세빈)의 친정아버지(윤덕용)도 위암 환자이다.

이처럼 불치병과 죽음을 전제한 극단적 설정에 대한 비판은 인터넷 게시판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유리구두' '아름다운 날들' '가을동화' 같은 인기 드라마의 여주인공이 한결같이 백혈병에 걸린 것에 진저리를 쳐온 시청자들이다. '고독'의 한 시청자(rosepriest27)는 "주인공이 죽는 드라마, 이젠 지겹다. 아픔과 시련을 겪는 사람들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방송작가협회 관계자는 "드라마 흐름 상 필요했겠지만 우발적인 암, 갑작스러운 교통사고, 일확천금, 고시 합격 같은 극단적 설정은 원래 드라마 작법에서 금기시된다"며 "시청률 경쟁으로 인해 요즘 작가들이 극단적 수단을 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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