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복제 계획을 진행 중인 이탈리아의 세베리노 안티노리 박사가 내년 1월 첫째 주 최초의 복제 인간이 태어날 것이라고 26일 공식 발표했다. 성공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 그보다 거센 윤리적 비난을 무릅쓰고 그가 공개적으로 복제 아기의 구체적인 출생 일자를 밝힌 것은 성공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인간 복제 논란이 다시 불붙을 전망이다.■"복제태아, 잘 자라고 있다"
안티노리 박사는 이날 이탈리아 로마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복제 배아로 임신한 여성 3명이 정상적으로 임신 후반기에 접어들었으며 임신 33주째를 맞은 첫번째 복제 남아는 내년 1월 첫째 주 출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안티노리 박사는 "초음파 검사 결과 체중 2.5∼2.7㎏으로 추정되는 남자 아기는 현재 매우 건강한 상태"라며 "출산 때까지 아무 문제가 없을 가능성이 90∼95%"라고 낙관했다. 그는 특히 인간 복제에 대한 의학적 논란을 의식한 듯 "태아가 어떤 기형 징후도 보이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어디에서 복제 아기가 태어날지, 엄마의 국적은 어디인지 등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또 자신이 이번 복제 인간 탄생의 책임자가 아니며 단지, 과학적·문화적 기여를 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논란의 쟁점
인간 복제를 둘러싼 논란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의학적, 기술적인 측면에서 인간 복제 계획의 성공이 힘들다는 것이다.
미 펜실베이니아대학 생명윤리센터 소장인 아서 캐플란 박사는 "안티노리 박사가 한 발언 대부분을 믿지 않는다"고 의혹을 표시했다. 실제 올 4월 안티노리 박사는 복제 아이가 임신 9주째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는데 그게 사실이라면 지금쯤 출산을 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안티노리 박사는 이번 기자회견에서도 어떠한 관련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올 7월에 6개월 내 복제 인간이 탄생할 것이라고 공언한 미국의 인간복제 전문회사인 클로네이드 등 경쟁자들을 의식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전문가들은 또 복제 아기의 기형 및 질병 위험도 크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과학자들은 이미 체세포 복제를 통한 여러 동물 복제가 성공, 인간 복제에 대한 기술적 장벽은 미미한 편이라고 지적하고 있어 안티노리의 주장이 사실일 가능성도 높다. 다른 의사들도 못해서가 아니라 안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보다 큰 쟁점은 역시 윤리적인 문제다. 인간 복제는 수백만년 인간이 간직해 온 생명유지 방식을 벗어난 행위다. 생식세포의 결합이 아니라, 성인 체세포의 핵을 떼어내 난자에 결합시켜 똑 같은 유전정보를 가진 또 하나의 생명을 창조한다. 이 때문에 신에 대한 도전이라는 지적과 함께 아기를 '찍어 낸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안티노리 박사를 비롯한 인간 복제 연구자들은 "어떠한 불임치료로도 아기를 가질 수 없는 부부들을 위한 인도적 치료행위"임을 강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의료·과학계 전반으로부터 자신을 세상에 드러내고 싶어하는 소영웅주의자들로 비판받고 있다.
또한 복제 인간 창조의 강행은 현재 치료 목적으로 진행 중인 인간 배아 복제 연구마저 곤경에 처하게 할 수 있다는 점도 과학자들이 우려하는 대목이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 세베리노 안티노리는
세베리노 안티노리(56·사진) 박사는 이탈리아 로마에서 불임 전문병원을 운영하는 인공수정 전문의다.
그는 1994년 인공수정으로 63세 여성을 임신, 출산토록 하는 데 성공, 세계적인 유명세를 탔다. 가장 나이 든 산모를 만든 것이다.
97년 영국 과학자들이 최초로 체세포 복제를 통한 복제양 돌리를 만들어내자 안티노리 박사는 이듬해 이같은 복제 기술을 이용해 불임 부부를 위한 복제 아기를 만들 것을 선언, 윤리적인 논란을 촉발시켰다.
그는 이어 지난해 초 "18개월 안에 최초의 복제 인간을 출생시키겠다"고 공언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