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여신 뮤즈가 요즘 사는 방식은 이렇다. 자동차는 롤스로이스, 반지는 티파니, 숙소는 LA의 포시즌 같은 최고급 호텔 스위트 룸. 그렇다면 그 비용은 누가 댈까. '성난 황소'의 마틴 스콜세지나 '타이타닉'의 제임스 카메론 같은 유명 감독들이다. 그녀는 감독에게 영화의 영감을 불러 넣어주는 할리우드의 여신이기 때문이다.'뮤즈(The Muse)'는 퇴출 위기에 처한 작가 스티븐 필립스(엘버트 브룩스)가 할리우드의 여신 뮤즈(샤론 스톤)를 만나 겪는 갖가지 해프닝을 코믹 터치로 그렸다. 할리우드가 배경이니 당연히 요즘 영화 제작 시스템을 풍자한다.
할리우드에서 모든 것은 영화로 통한다. 집필실에서 쫓겨난 작가를 위로한답시고 제작자가 그 방의 전임자들을 열거하자 작가는 "차라리 무덤도 같이 쓰지 그러느냐"라고 시큰둥하게 답한다. 제작자는 그걸 바로 받아 적는다. 작가에겐 치명적인 순간도 "괜찮은 영화 대사감"에 불과한 것이다. 스티븐이 스티븐 스필버그를 만나러 간 대목은 더 가관.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은 "스필버그를 1년전 TV에서 봤다"는 스필버그 친척으로 대신 시나리오를 받아 주고 있다. 실체는 없고, 허명만 있는 할리우드에 대한 풍자.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자, 어머니가 뮤즈였던 이 뮤즈의 성질은 참 고약하다. 한 밤에 샐러드 심부름을 시키고, 겨우 구해가니 "내일 찾아오라"는 말을 남긴다. 그러나 대가는 역시 있었다. 여자에게서 영감을 얻은 작가는 얼떨결에 수족관 사장이 된 짐 캐리 주연의 코미디를 만들게 된다. 남편의 불륜을 의심하던 아내 로라(앤디 맥도웰)까지 가세해 뮤즈에게서 영감을 얻으려고 안달을 하며 부부는 일확천금의 꿈에 빠진다.
할리우드의 감독 작가 배우로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앨버트 브룩스가 자기 동네 얘기를 깔끔하고도 코믹한 터치로 잘 버무려냈다. 다만 '브로드웨이를 쏴라'의 풍자에는 못미치고, '아메리칸 스위트하트'보다는 폭로가 미흡해서 허영덩어리 뮤즈 샤론 스톤의 코믹 연기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29일 개봉. 15세 관람가.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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