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때문에 많은 사람이 죽었는데도 무대 위에서 웃는다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다음달 7일 나이지리아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미스월드 대회에 한국대표로 참가했다가 25일 귀국한 올해 미스코리아 선(善) 장유경(張由敬·19)양은 불참 이유를 '도저히 태연하게 웃을 수가 없어서'라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대회가 이슬람 금식기간인 '라마단' 중에 개최돼 불만이 고조된 가운데 현지의 한 여기자가 '마호메트도 이 미녀들을 보면 참가자 중 한 명과 결혼하고 싶을 것'이라고 보도한 것에서 비롯됐다. 이슬람교도의 폭동과 이에 대한 기독교도의 보복공격으로 200명 이상이 사망하고 1,012명이 부상했으며 북부 잠파라주 정부는 문제의 기자를 살해하도록 촉구하기도 했다.
장양은 "평생 얻기 어려운 기회였던 만큼 포기하기 쉽지 않았다"며 "현지 공항을 떠나는 순간까지도 갈등이 많았다"고 밝혔다. 장양과 함께 대회에 불참하기로 한 영국 미국 등 6개국 대표들은 개최지가 런던으로 변경되자 곧 마음을 바꿔 참가를 결정했고, 장양은 끝까지 뜻을 굽히지 않았다. "많은 사람이 죽었는데 대회를 강행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옳지 않다"는 뜻을 표현하기 위한 나름의 방법이었다.
내년 연세대 생물학과에 입학하는 장양은 "장래의 꿈인 의료선교에 대해 확신을 갖고 준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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