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개그콘서트의 히든카드 조커맨이야…. 분위기가 다운됐군. 분위기를 업시켜 줄게." 전화 연결음부터 독특한 개그맨 이정수(23·계원예대 휴학중). 저녁에는 대학로에서, 낮엔 여의도에서 사람들을 웃길 궁리로 24시간이 바쁘다.KBS 2TV '개그콘서트'에서 비장의 카드 노릇을 하는 신인 개그맨 이정수의 '내 개그는∼' 열풍이 대단하다. 흰 장갑과 흰 코트 차림으로 홀연히 나타나 느닷없이 관객에게 반말을 던지는 '우격다짐' 코너의 이정수는 관객을 도발하고 모독한다. 그의 개그는 썰렁하다. 그러나 이 썰렁함은 난데 없이 던지는 질문의 당혹스러움과 그 다음 답변으로 내놓는 말장난에 대한 감탄으로 이어진다.
'우격다짐'은 개그에 대한 자기 비하적 평가와 예측불허의 해석이 압권이다. '내 개그는 관절염이야. 지긋지긋하지'등 자신이 뽑은 '베스트 3'을 비롯, "내 개그는 사장님의 농담이야. 안웃겨도 웃어야 돼" "내 개그는 몸빼 바지야. 앞뒤가 없지"등 그는 매 회마다 '어록'을 남긴다.
"중2때부터 개그맨이 꿈이었어요. 군대 제대한 지난해 11월 무작정 대학로의 '갈갈이 패밀리 콘서트'에 가서 공연에 끼워주면 안 되겠느냐고 했어요. 전단 돌리고 포스터 붙이고 밑바닥부터 시작했지요." 코너 사이 잠깐 동안의 암전 사이에 레슬링복을 입고 뛰어나가 분위기를 돋우는 게 그의 역할이었다. '우격다짐' 코너도 여기에서 시작됐다. "관객에게 반말을 하는 게 잘 될지 의심스러웠죠." 관객과의 호흡을 긴밀하게 만들기 위해 반말을 툭툭 던지는 그의 개그는 공연장에서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개그 콘서트'의 인기로 이어졌다. "썰렁한 개그인데, 자기 개그를 평가하고 또 그게 웃기지 않느냐고 관객에게 우기는 형식이 신선하고 재밌나봐요."
그러나 무대는 늘 무섭고 두렵다. "경험이 부족하니 무대에 한 번 오를 때마다 긴장하지 않을 수 없어요. 늘 만족스럽게 채우지 못하고 무대 내려오는 게 아쉬워요." 그 긴장이 지나치면 NG로 이어지기도 한다. "처음 하고서 3주까지는 잘했어요. 그런데 NG를 낸 거예요. 개그콘서트에선 현장감이 중요하기 때문에 NG가 나면 분위기 썰렁해지거든요. 자존심 상해서 집에 가서 울었죠."
그는 요즘 인기를 실감한다. 팬사이트에는 회원들이 2만명이 넘어섰고, 무엇보다 "개그콘서트 녹화를 시작하러 들어갈 때 함성 소리가 달라졌다". 이정수의 개그는 따로 떨어진 듯한 개그콘서트 코너들을 묶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관객들은 '분위기 다운되면 다시 돌아온다'는 그를 기다리고, 봉숭아 학당 등 인기 코너는 분위기가 썰렁해지면 '정수야'를 외친다. 언제라도 돌아와 분위기를 '업' 시킬 것 같은 그의 존재가 개그콘서트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남들이 안 하는 거 해보고 싶어요." 그는 '우격다짐' 코너를 만든 것도, 자신의 개그 세계도 이 한 마디로 요약한다. 그는 늘 '남들이 안 하는' 코미디를 추구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요즘은 남들이 생각지도 않은 시(詩)를 이용한 개그를 연구중이다.
/이종도기자 ecri@hk.co.kr
사진 류효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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